베트남으로 도피한 뒤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홈쇼핑’처럼 활용해 국내에 위조상품을 팔고, 판매자 모집부터 상품 공급·배송·고객응대까지 관리한 총책이 국제공조 끝에 붙잡혔다. 인터폴 적색수배로 베트남 현지에서 체포된 그는 국내로 송환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은 위조상품 판매조직 총책 A씨(32)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국내 판매책 B씨(42) 등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국내 공범들의 사무실과 보관창고에서는 가방·의류·시계·액세서리 등 위조상품 8,000여 점이 압수됐다. 정품가액 기준 약 37억원에 이른다.
사건은 2010년 9월 상표경찰 출범 이후, 수사기관 단속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위조상품 판매 피의자를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체포하고 국내로 송환한 첫 사례다. 인터폴 적색수배는 범죄인 인도 등을 위해 수배자의 소재 확인과 잠정 체포를 회원국 수사기관에 요청하는 국제공조 제도다. 국제 체포영장과는 다르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위조상품 판매조직의 유통 구조를 인공지능(AI)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상표경찰은 2025년 6월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한 위조상품 판매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국내에서 라이브방송 판매를 맡은 유튜버들과 위조상품 보관에 관여한 인물들을 확인해 2025년 7월 경기도 일대 사무실과 보관창고를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국내 판매자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위조상품 공급, 판매자 모집·관리, 배송과 고객응대 지원을 총괄한 A씨의 존재를 파악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2025년 5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베트남으로 도피한 뒤 2025년 5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들에게 위조상품을 공급하고 라이브방송 판매 방식을 교육한 혐의를 받는다. 국내 판매 조직이 적발된 뒤에는 베트남 현지에서 유튜버 10여 명을 모집해 별도의 판매조직을 꾸리고, 2026년 5월까지 위조상품 유통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라이브방송에서 위조상품을 직접 보여준 뒤 구매 희망자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배송지와 계좌번호 등 결제 정보를 안내하고, 판매 과정에서 배송·환불·고객 불만 대응까지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현지 숙식 제공과 고수익 등을 내세워 판매자를 모집하고, 방송 장소와 위조상품 보관 공간을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방송 방식과 오픈채팅방 홍보 방법 등도 판매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A씨는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마치 홈쇼핑처럼 활용했다”며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자를 모집해 상품을 공급하고 판매 방법을 알려준 뒤 배송과 고객관리까지 지원하는 하나의 판매조직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상표경찰은 A씨의 해외 도피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청·검찰청·인터폴·주베트남 한국대사관·베트남 수사기관과 공조에 나섰다. 국내 체포영장 발부와 여권 무효화 절차 등을 거쳐 2026년 1월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령됐다. A씨는 같은 해 5월 베트남 현지에서 체포됐다. 수사당국은 이후 절차를 거쳐 8월 4일 현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 8월 5일 국내로 송환했다.
상표경찰은 8월 14일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차명계좌 거래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전체 판매 규모와 범죄수익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위조 시계 판매와 관련해 약 30억원의 범죄수익이 파악됐으며, 수사당국은 범죄수익 규모가 확정되면 추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해외에 남은 공범에 대한 수사도 이어진다. 지식재산처는 해외 체류 공범 가운데 신원이 특정된 피의자들에 대해 국제공조 수사를 계속하고, 베트남 국적 공범 관련 정보는 현지 수사기관에 제공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식재산처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위조상품 공급·제조 거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문과 결제에는 카카오톡 등 온라인 채널이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라이브방송을 통한 위조상품 판매는 채널을 바꾸거나 새 계정을 만드는 방식으로 반복될 수 있어 사전 적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재산처는 올해 8월까지 유튜브와 틱톡 등 라이브방송을 통해 위조상품을 판매한 동영상·URL 403건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엄기훈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틱톡과는 지식재산보호원이 업무협약을 맺어 신속 차단에 협력하고 있고, 유튜브와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처는 차단 이후에도 새 채널이 생겨나는 문제가 있어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차장은 “해외로 도피한다고 해서 수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번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며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를 대상으로 위조상품을 유통하는 범죄에는 국제공조를 적극 활용하고, 공급자와 조직의 상위 단계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