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의 무게중심이 서울에서 경기 외곽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도권 등록공장의 절반이 서울시청에서 30~50㎞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았고, 지난 15년간 증가한 공장의 83%는 경기도에 집중됐다.
문제는 외곽화 자체보다 공장이 들어서는 방식이다. 도로와 전력, 물류·환경시설을 갖춘 산업단지 등 계획입지로 수요를 유도하지 못하면 개별 공장이 흩어져 들어서면서 기반시설 부족과 난개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산업공간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기업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업종별 입지 수요와 분양·임대료, 이전비용, 거래처와의 거리, 전력·폐수·물류시설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도 ‘어디에 산업공간을 만들 것인가’에서 ‘기업이 왜 그곳을 선택하도록 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FOCUS] 수도권 공장 무게중심, 경기 외곽으로…계획입지 가르는 ‘기업의 선택 조건’ - 산업종합저널 FA](http://pimg3.daara.co.kr/kidd/photo/2026/09/18/thumbs/thumb_520390_1789706858_88.jpg)
자료=경기연구원/ 그래픽=산업종합저널 재구성·생성형 AI 활용
수도권 등록공장 10만 4,498개…증가분 83% 경기 집중
경기연구원이 전국 공장등록 행정자료에 주소와 좌표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수도권 등록공장은 2011년 7만 4,539개에서 2025년 10만 4,498개로 늘었다. 15개 연도에 걸쳐 2만 9,959개, 40.2%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경기도 등록공장은 약 5만 4,000개에서 7만 9,000개로 약 2만 5,000개 늘었다. 수도권 전체 증가분의 83%가 경기도에서 발생한 반면 서울의 증가 규모는 662개에 그쳤다.
서울시청에서 30~50㎞ 떨어진 구간의 공장은 1만 9,205개, 62.0% 증가했다. 수도권 전체 공장에서 이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도 45.5%에서 50.1%로 높아졌다. 화성 동부와 김포, 파주, 시흥 등이 주요 증가 지역이다.
50~80㎞ 구간도 61.6% 늘었고 10~30㎞ 구간은 37.0% 증가했다. 반면 서울시청에서 10㎞ 이내에 있는 공장은 645개 줄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에서 4.1%로 낮아졌다. 수도권의 생산공간이 서울 인접 지역보다 경기 외곽에서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경기연구원 분석을 공개한 경기도뉴스포털
‘공장 이전’보다 정확한 표현은 ‘입지 재편’
해당 통계를 기존 공장들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그대로 이전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분석 자료는 시점별 등록공장의 공간 분포를 비교한 것으로 개별 공장의 이전과 폐업, 신설 과정을 각각 추적한 자료는 아니다.
새롭게 확인된 공장 가운데 기존 집적지 주변에 들어선 경우와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한 경우도 함께 나타났다. 최근접거리 분석이 가능한 신규확인 공장 6만 8,921개 중 45.6%는 기존 공장에서 30m 이내에 들어섰다. 기존 제조업 집적지가 주변으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반면 34.3%인 2만 3,669개는 기존 공장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기존 밀집지역의 확장과 새로운 입지 형성이 동시에 진행된 셈이다. ‘공장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했다’기보다 수도권 공장의 분포와 생산공간의 중심이 외곽으로 재편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왜 30~50㎞ 구간에 공장이 집중됐는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의 높은 토지가격과 용도규제, 경기지역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 공급, 교통망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경기연구원 분석은 요인별 인과관계까지 산출하지 않았다.
지역별 토지가격과 공장 임대료, 산업단지 입주율, 거래처 분포, 도로 접근성 등을 함께 분석해야 실제 입지 선택 요인을 가려낼 수 있다. 원인이 다른데 같은 처방을 적용하면 계획입지를 공급하고도 기업 수요를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
계획입지 빠르게 늘었지만 개별입지 64.3%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 등에 들어선 계획입지 공장은 2011년보다 67.8% 늘어 개별입지 증가율 28.4%를 웃돌았다. 계획된 산업공간이 제조업 증가분을 일부 수용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2025년 수도권 공장 10곳 중 6곳 이상은 개별입지였다. 개별입지 공장은 6만 7,148개로 전체의 64.3%를 차지했다. 계획입지가 빠르게 늘었지만 수도권 제조업의 입지 구조에서는 개별입지가 여전히 중심이었다.
계획입지 증가분의 62.2%가 지식산업센터 입주업체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계획입지 증가가 전통적인 산업단지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소규모 사업장을 수용한 결과가 상당 부분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장 규모도 거리에 따라 달랐다. 서울시청에서 10㎞ 이내 공장의 평균 제조시설 면적은 159㎡였지만 50~80㎞ 구간은 2,010㎡로 12.6배 컸다. 가까운 외곽에는 소규모 사업장이, 먼 외곽에는 상대적으로 넓은 생산시설이 자리 잡는 구조다.
모든 지역에 같은 유형의 산업단지를 공급해서는 입지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소규모 제조업체에는 도시와 가까운 고밀형·임대형 제조공간이, 넓은 부지와 환경시설이 필요한 업종에는 중소형 산업단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급량보다 기업이 움직일 조건
계획입지를 확대하는 방향은 개별공장 난립을 줄이고 도로·환경시설을 공동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입주비용과 생산 여건이 맞지 않으면 기업이 계획입지를 선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개별입지에서는 구조용 금속제품이 1,148개, 플라스틱 제품이 964개, 금속가공 제품이 635개 늘었다. 이들 업종에서 가격과 이전비용이 입지 선택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려면 사업체 규모와 임대료, 물류비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경기연구원 자료에는 업종별 사업체 규모와 이전 의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책을 구체화하려면 어느 업종이 왜 개별입지를 선택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분양가가 부담인지, 기존 거래망에서 멀어지는 것이 문제인지, 필요한 전력과 폐수시설이 부족한지를 구분해야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
계획입지에는 신규 부지 공급과 함께 저렴한 임대형 공장, 이전비용 지원, 공동 물류시설, 전력과 폐수·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결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지원 수준은 업종별 수요조사와 사업성 검토를 거쳐 정해야 한다.
정책 성과도 조성 면적이나 분양률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입주기업의 가동률과 고용, 생산활동이 유지되는지, 개별입지를 선택하려던 기업을 얼마나 흡수했는지까지 살펴야 계획입지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신규 입지는 성장관리, 기존 밀집지는 정비
경기연구원은 화성·김포·파주·시흥 등 공장 증가 지역에 성장관리계획을 적용하고 중소형 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고밀형 제조공간을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성장관리계획은 개발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도로와 기반시설, 건축물의 용도와 배치 등을 사전에 관리하는 수단이다. 신규 공장의 무질서한 확산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이미 형성된 개별공장 밀집지역을 정비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밀집지역에는 준산업단지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준산업단지는 개별공장이 많이 들어선 지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정 과정에서는 공장 소유자 등의 의견을 듣고 정비계획과 기반시설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용 보조와 시설 지원도 가능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토지이음
다만 지정만으로 정비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주와 공장주의 동의, 비용 분담, 사업성, 기반시설 재원 등을 해결해야 한다. 기존 공장을 가동하면서 도로와 환경시설을 정비해야 한다는 점도 신규 산업단지 조성과 다른 과제다.
남·북부 업종 차이까지 반영한 공급
경기 남부 등록공장은 2011년 4만 1,667개에서 2025년 6만 1,968개로 48.7% 늘었다. 경기도 전체 공장 증가분의 81.6%가 남부에서 발생했다.
남부에서는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부품·중간재 업종이, 북부에서는 가구와 인쇄 등 경공업 관련 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권역별 업종 구조가 다른 만큼 필요한 부지 규모와 전력·물류·환경시설도 달라질 수 있다. 지역오후 1:46 2026-09-18별 산업공간을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하기보다 업종 수요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수도권 공장의 외곽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정책의 선택지는 이동을 막느냐 허용하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공장이 늘어나는 지역을 먼저 파악하고 개별입지로 향하는 수요를 계획된 제조공간으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단지 공급량보다 기업의 선택 조건을 먼저 물어야 한다. 어디에 어떤 업종을 얼마나 수용할지, 기존 거래망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이전비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필요한 기반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계획입지는 부지를 지정하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 생산공간으로 선택할 때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