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돌봄·고령화·기후변화 등 복잡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성과를 보상과 투자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사회적 가치 사업의 평가 방식을 재점검하고 민간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개회사에서 “AI를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를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사회적 가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바뀐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주최한 행사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문제를 넘어 해결로’를 주제로 22일까지 열린다.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사회적경제 조직, 시민단체, 학계, 국제기구 등 400여 기관이 참여해 300여 개 전시 부스와 50여 개 세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I는 현상 알려주지만 치유는 사람의 몫”
최 회장은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세금을 납부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 비용을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돌봄과 고령화, 기후변화 등은 여러 원인이 얽혀 있어 어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개인과 사회가 처한 정보를 축적해 AI로 분석하면 문제가 형성된 과정과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 대응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기술이 해결 과정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AI는 현상이 어떠한지를 알려주지만 현상의 진짜 문제를 치유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이 공감의 능력을 갖고 다가가 실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보다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기술 활용의 방향을 사회문제 해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470여 기업 사회성과 5천400억원
사회문제 해결을 지속하려면 성과를 측정하고 경제적 보상으로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의와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해서는 늘어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측정하고 그 성과에 합당한 보상과 투자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사회 시스템도 함께 바뀌어야 AI와 사회 시스템이 맞물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 실험 결과도 제시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470여 개 참여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5천400억원이다. 그는 보상을 받은 기업들의 매출도 약 35%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해 보상으로 연결하면 참여 기업이 경제적 이익과 사회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성과를 측정하면서 기업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성숙 “대책 넘어 해법·평가하는 정부로”
한 총리는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이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짚었다. 전통시장 상인과 청년 등이 겪는 어려움은 정부나 기업, 사회연대경제 주체 가운데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 총리는 “정부만의 숙제도, 기업만의 숙제도, 사회연대경제 주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며 “이제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제정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토대로 범정부 추진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해당 법은 2027년 3월16일 시행된다. 부처별 사업을 연계해 지역과 현장을 중심으로 돌봄·주거·에너지 등 민생 분야의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마을기업 등 사회문제 해결을 사업모델로 삼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살펴볼 계획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K-ESG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하고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한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도 검토한다.
한 총리는 “정부도 대책을 넘어 해법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정부가 되도록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경험·연결망도 자본…400여 기관 해법 공유
개막식에 이어 열린 리더스서밋에서는 ‘자본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가’를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본을 돈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회적 신뢰와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프로그램, 기관 간 네트워크도 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각자가 가진 자본이 모여야 효과와 활용도가 커질 수 있다”며 “다른 분야의 경험을 공유하면 기존 방식을 다시 살피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은 협력, 혁신·환경, 지역, 사회 등 네 개 존으로 구성됐다. AI·모빌리티와 디지털 교육, 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지역 일자리, 순환자원 등 사회문제 해결 사업과 기관 간 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22일에는 글로벌 환경규범과 국내 산업의 대응, AI 시대의 청년 일자리 등을 주제로 세미나와 포럼이 열린다.
기술과 자본을 투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측정해 다음 투자와 정책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이날 논의의 공통분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