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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굳어도 다시 쓴다…300℃급 초고내열 비트리머 개발

한 번 굳어도 다시 쓴다…300℃급 초고내열 비트리머 개발 - 산업종합저널 부품
액정 비스말레이미드 비트리머의 형성 원리와 재가공 메커니즘. 제공=한국연구재단

한 번 경화하면 다시 녹이거나 성형하기 어려운 초고내열 열경화성 수지를 분쇄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재성형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학교 여현욱 교수 연구팀이 액정성을 갖는 비스말레이미드(BMI) 분자구조와 고온에서 결합 배열을 바꿀 수 있는 동적공유결합 네트워크를 결합해 액정 비스말레이미드 비트리머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개발 소재는 동적기계분석 기준 304.6℃의 유리전이온도와 404℃의 5% 열분해 온도를 나타냈다. 경화된 시편을 분쇄한 뒤 300℃에서 5MPa의 압력으로 1시간 열압착해 고체 시편으로 다시 성형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응용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8일 온라인 공개됐다. 제1저자는 경북대 응용화학공학부 권우현 석박사통합과정생이며, 구교선 연구초빙교수와 여현욱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 지원사업 등으로 수행됐다.

비스말레이미드에 동적 결합 도입
비스말레이미드는 고온에서도 열적·기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고성능 열경화성 수지다. 항공우주와 전기·전자 분야 등에 사용되지만 경화 후 분자 사슬이 3차원 가교구조를 형성해 다시 녹이거나 성형하기 어렵다.

비트리머는 가교구조를 유지하면서 높은 온도에서 공유결합이 교환돼 네트워크의 연결관계를 재배열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다. 열경화성 수지에 재가공성을 부여할 수 있지만 동적 결합을 도입하면 네트워크의 강성과 유리전이온도, 치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강직한 바이페닐 기반 액정성 비스말레이미드와 2,2′-다이알릴비스페놀 A(DABA)를 반응시켜 고밀도 가교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DABA의 알릴기는 BMI 경화 반응에 참여한다. DABA에서 유래한 수산기는 고온에서 에스터 교환 반응이 일어나는 반응점으로 작용한다. 평상시에는 가교구조를 유지하고 고온에서는 결합 재배열이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한 번 굳어도 다시 쓴다…300℃급 초고내열 비트리머 개발 - 산업종합저널 부품
액정 분자구조와 동적공유결합을 결합한 300℃급 초고내열 비트리머. 제공=한국연구재단

유리전이온도 304.6℃·열분해 온도 404℃
최적 조성의 유리전이온도는 동적기계분석 기준 304.6℃로 나타났다. 유리전이온도는 고분자 사슬의 분자운동이 커지면서 재료의 기계적 거동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온도 지표다.

소재 질량이 5% 감소하는 5% 열분해 온도는 404℃로 측정됐다. 이 온도는 소재의 열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팀은 소각 X선 산란과 광각 X선 산란 결과를 바탕으로 경화 네트워크 내부에 장거리 결정이 아닌 국소적인 액정성 분자질서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310~350℃의 다섯 온도에서 진행한 응력완화 실험에서는 탄성률이 낮은 영역까지 지속해서 감소했다. DABA 함량에 따라 활성화에너지가 달라진 결과도 고온에서 에스터 교환에 기반한 동적 반응이 작동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분쇄한 시편 300℃서 열압착 재성형
재가공 시험은 경화 시편을 분쇄한 뒤 270℃, 300℃, 330℃에서 각각 5MPa의 압력으로 1시간 열압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교한 조건 가운데 300℃에서 재가공성과 가교 네트워크 안정성의 균형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조건에서 재성형 시편의 대표 인장강도가 가장 높았고, 시편은 자립형 고체로 다시 제작됐다.

270℃에서는 네트워크 이동성이 충분하지 않았다. 330℃에서는 일부 용매 조건에서 가교 네트워크 안정성이 낮아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NMP·DMF·THF 등 유기용매에 노출한 시편은 100%의 불용성 가교분율을 유지했다. 재가공된 소재도 주요 열적·구조적 특성을 상당 부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현욱 교수는 “고내열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분자설계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항공우주용 복합재 매트릭스, 고온 전기·전자 부품, 반도체·전자패키징용 절연재 등에 대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내열성을 유지하면서 재가공 조건을 최적화하고 실제 복합재와 대면적 부품에서의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해 복합재 부품과 대면적 성형체, 반복 재가공 조건에서의 기계적 신뢰성과 장기 내환경성을 후속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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