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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직후에도 강하고 잘 늘어난다…극저온·고온 견디는 합금 개발

포스텍 김형섭 교수팀, 석출상 네트워크·계면 활용한 강화 기술 제시

금속 3D 프린팅으로 만든 합금이 별도의 후열처리 없이도 영하 196℃의 극저온부터 영상 600℃의 고온까지 높은 강도와 연성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출력 과정에서 형성되는 내부 조직을 제어해 금속의 강도와 변형 능력을 함께 높인 것이 핵심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석출상의 네트워크 구조와 계면 특성을 활용한 적층제조용 고엔트로피 합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3D 프린팅 직후에도 강하고 잘 늘어난다…극저온·고온 견디는 합금 개발 - 산업종합저널 부품
온도에 따른 합금의 인장 특성 및 항복강도 비교와 석출상 네트워크 구조와 계면에 따른 변형 거동 이미지.

출력 직후 시편을 대상으로 인장시험을 실시한 결과, 영하 196℃와 상온 25℃, 영상 600℃에서 모두 항복강도 1기가파스칼(GPa) 이상과 약 19~26%의 균일연신율을 기록했다.

항복강도는 재료에 영구적인 변형이 시작될 때의 강도다. 균일연신율은 변형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기 전까지 재료가 고르게 늘어나는 비율을 뜻한다.

높은 하중을 견디면서도 쉽게 파손되지 않으려면 강도와 연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극저온 저장설비와 항공우주 분야의 구조용 금속은 온도 변화까지 견뎌야 하지만, 온도에 따라 금속 내부의 변형 방식이 달라져 두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급속 냉각으로 형성되는 조직 활용…후열처리 없이 강화
존 다성분계 합금 연구에서는 바탕 금속 조직인 기지와 원자 배열이 잘 맞는 나노 크기의 석출상을 형성해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석출상은 주변 기지와 다른 조성이나 결정구조를 가진 조직이다. 금속 내부에서 전위의 움직임을 방해해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레이저 기반 금속 적층제조에서는 금속이 빠르게 녹고 굳는 과정에서 원소 분포가 불균일해지거나 여러 상이 형성될 수 있다. 원하는 미세조직과 강화 효과를 얻기 위해 출력 후 열처리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정 특성을 억제하는 대신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급속 냉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조대한 석출상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되도록 합금 조성과 미세조직을 설계했다.

열역학 기반 비평형 응고 계산을 활용해 코발트·크롬·철·니켈·알루미늄·타이타늄·바나듐·탄탈럼으로 합금을 구성했다. 특히 바나듐과 탄탈럼을 첨가해 응고 과정에서 원소가 분배되는 방식과 상 형성을 조절했다.

시편은 금속 분말층을 레이저로 선택적으로 녹여 쌓는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LPBF) 공정으로 제작했다.

미세조직 분석 결과, 면심입방구조(FCC) 기지 내부에 체심입방구조(BCC) 석출상이 셀 경계를 따라 연결된 형태가 확인됐다.

서로 다른 계면이 변형 분담…강도와 연성 동시 확보
연구팀은 기지와 석출상이 만나는 경계인 계면에 주목했다. 금속의 변형이 진행될 때 두 조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강도와 연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과전자현미경과 투과 키쿠치 회절 분석에서는 기지와 석출상 사이에 쿠르듀모프–삭스(K–S)와 니시야마–바서만(N–W)이라는 두 종류의 결정방위 관계가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방위 관계는 서로 다른 결정구조를 가진 두 상의 결정면과 방향이 이루는 상대적인 관계를 뜻한다.

두 계면은 변형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했다.

K–S 계면에서는 기지의 슬립이 석출상으로 전달돼 두 조직이 함께 변형됐다. 슬립은 금속 내부의 전위가 이동하면서 결정면을 따라 소성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반면 N–W 계면 주변에는 전위가 축적됐다. 이때 형성되는 역응력은 추가 변형에 저항하고, 변형이 진행될수록 재료의 강도가 높아지는 가공경화에 기여했다.

연구팀은 한쪽 계면에서는 변형을 전달하고 다른 쪽에서는 변형 저항을 높이는 상호보완적 작용이 강도와 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온도 변화에도 변형 특성 유지…실제 부품 적용은 추가 검증
연구팀은 온도에 따른 금속 내부의 변형 특성도 분석했다.

원자 수준의 제일원리 계산에서는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가 온도에 따라 변하는 폭이 비교 대상 상용재보다 작게 나타났다.

적층결함에너지는 결정 내부에서 원자층의 쌓임 순서가 어긋난 구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다. 전위의 움직임과 금속의 변형 방식에 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지의 특성이 온도 변화에 따른 급격한 변형기구 전환을 억제하고, 계면의 상호보완적 작용과 함께 세 시험 온도에서 안정적인 인장 특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성과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금속의 내부 조직을 별도 후열처리 없이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구조용 부품에 적용하려면 대형·복잡 형상에서도 같은 미세조직과 기계적 특성을 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복 하중에 대한 피로 특성과 장시간 고온 노출에 따른 조직 안정성, 크리프 특성도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크리프는 일정한 하중을 받는 재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형되는 현상이다.

김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3D 프린팅 과정에서 형성되는 석출상의 네트워크 구조와 계면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합금 설계 및 강화 전략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11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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