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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쓰이는 뿌리산업, 설 곳은 줄어든다

자동차산업 위축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움츠러들어

어디에나 쓰이는 뿌리산업, 설 곳은 줄어든다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뿌리산업 : 주조(鑄造), 금형(金型),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 제조업 품질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정부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이버설계, 제조 로봇 설비, 생산 공정 디지털화, 성능검증 시뮬레이션 서비스, 스마트 공장 사업 등을 지원한다.


한국 뿌리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는 이제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러나, 뿌리산업 업종에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질과 양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는 제조업, 드러눕기 일보 직전인 뿌리산업

어디에나 쓰이는 뿌리산업, 설 곳은 줄어든다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산 킨텍스 7홀에서 열린 ‘첨단소재부품뿌리산업기술대전’에는 뿌리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30개 기업이 참가했다. 그동안 뿌리산업주간에 단독으로만 열렸던 뿌리산업 전시회 때보다는 관람객이 다소 증가한 모양새를 보였다. 실제로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전시회 첫날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횟수의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장의 온도와 전시회에 참가한 뿌리산업기업들이 현장에서는 느끼는 업계의 온도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친환경이 제조업계의 주요 화두가 됨에 따라 차량이나 선박 등에 들어가는 부품수가 감소하는 것은 최첨단 기술의 열매인 동시에 뿌리산업계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15년 가량 주조분야에 몸담고 있는 E기업의 생산기술이사는 “뿌리산업은 아무래도 제조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선 분야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선 분야의 대세가 LNG로 바뀌게 되면 들어가는 부품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예전만큼 일거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조전문기업인 J기업의 상무이사는 “단조의 경우 자동차와 맞닿아 있는데, 완성차 자체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 뒤 “그마나 줄어들고 있는 자동차도 향후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에서 전기차로 줄어들면 투입되는 부품의 수가 30~40% 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단조는 사양길이라고 본다”고 쓰린 속내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뿌리산업계에 뛰어드는 기업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G기업의 대표는 “25년 정도 뿌리산업계에 몸담았는데, 업계는 점점 어려워짐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독립해서 소규모 업체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뜩이나 물량이 적은데, 이를 여러 기업이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체감되지 않는 지원정책…일손조차 부족해

어디에나 쓰이는 뿌리산업, 설 곳은 줄어든다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뿌리산업의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를 설립하고 뿌리명가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펼치고는 있으나, 정작 기업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낮은 체감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승일 차관 역시 전시회 개막식에서 “종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지원을 펼치도록 하겠다”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현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정부지원정책에 대해 냉소적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뿌리산업계 업체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서류들을 대응할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처나 수출판로 등 해외시장 개척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E기업의 기술이사는 “코트라 등에서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했으며, G기업의 대표는 아예 “정부의 지원을 체감하는 업체가 있겠는가?”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뿌리산업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다음 세대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J기업 상무이사는 “뿌리기업의 경우 기술자들의 대부분이 60대이고 5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며 뿌리산업계의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더 큰 문제는 뿌리산업의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2세 경영진이 나서지 않는데다가,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최근에는 조선족 중간관리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계의 근간을 만들어 왔던 뿌리산업은 최근 제조업의 불황의 여파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닥뜨리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세소상공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뿌리산업계가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구책 마련은 물론 정부의 좀 더 획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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