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 세계의 전시산업이 심각하게 위축, 큰 위기를 맞이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현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경로가 되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전시산업은 당연히 무작위적인 접촉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부분의 전시회가 고심 끝에 취소 또는 연기, 혹은 온라인 전시회로 전향해 개최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하면서 전시산업도 차근차근 문을 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앞서 한국에서는 지난 5월 8일 ‘MBC 건축박람회’를 시작으로 전시 일정이 재개됐고, 다행히 현재까지 전시회를 통한 감염은 없다. 국제적인 전시회로 유명한 독일도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가 지난 5월 30일자로 무역전시회를 군중집회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전시회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에 독일에서는 오는 8월 중순부터 전시회들이 움츠렸던 기지개를 편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 이에 독일 전시회에 어떤 변화가 생겼으며, 어떤 방역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시회 주최자인 메쎄 뒤셀도르프와 쾰른메쎄의 한국 공식 대표부인 라인메쎄(주)의 박정미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출지향적 기업에 숨통 틔운 전시회 개최, 위기는 기회가 된다
“수개월간 진행된 봉쇄조치로 대부분의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박정미 대표는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업체들은 꼭 필요한 투자가 아니면 당분간 전시회 참가를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수출지향적인 기업들에게 전시회는 절실한 비즈니스 공간이다. 전시회를 나갈 수 있다면 무조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전시회가 열리길 고대한다. 묘하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최근 전시회 참가에 대한 업체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시산업으로 국제적인 위상을 알리고 있는 독일은 전 세계 유명 전시회의 60%가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독일 유명 전시회들은 워낙 진입장벽이 높고, 기존 참가사들에 대한 배려와 권리를 우선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애를 쓰더라도 전시회의 콘셉트가 변하지 않는 한 참가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시회 콘셉트 및 코로나19에 따른 참가 기업 등에 변화가 생기면서 전시회의 위기가 도리어 한국 및 기존에 참가하지 못했던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실제로 2021년 초 독일에서 개최되는 많은 리딩 전시회에 지금까지는 참가를 하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의 참가가 확정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독일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두고 “K-방역 등으로 상승한 국가의 위상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본다”고 전한 박 대표는 한국의 전시회 방역 지침 등을 독일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회는 주최사마다 다른 방역 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방역 지침 사전 공지, 전시장 출입구 수 제한, 출입구에 안전요원 배치, 입장 시 개인 소독, 상주 인원에 안면 보호대 착용 의무화 등을 공통 방역 지침으로 채택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독일의 전시 주최사들도 한국의 전시회 방역 지침을 참고하고 있고 상당히 유사한 지침이 많은데, 전시회에서는 보다 더 엄격한 방역 지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쎄 뒤셀도르프의 경우, 전시회 입장권을 모두 e-티켓으로 대체하고, 일일 전시회 입장객 수까지도 제한한다. 따라서 사전등록을 했음에도 현장에서 다시 서류작성을 하는 상황을 막고,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전시장 입구에서의 병목현상을 해소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현장요원과 방문객, 바이어들이 1.5m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스 공간 확보 및 인테리어를 해야 하고, 들어갈 때 에어샤워는 물론, 방역 거리를 지키는지 확인하는 보안요원도 배치된다. 방문객 누구나 만질 수 있는 카다로그 같은 것도 현장 직원만이 나눠줄 수 있도록 해 최대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한국도 독일도 감염자 추세가 폭증의 단계를 넘어 일정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개최와 관련해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은 독일 전시회들은 국제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항공, 숙박, 출입국 관리 등의 환경이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으면 원활하게 치르기가 힘들다. 따라서 독일의 전반적인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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