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근로자의 보건 및 안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이에 많은 경영인들은 회사 내 안전보건책임자(CSO)를 임명하는 등 체제에 대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 취지와는 달리, 경영계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법률 서비스에 의존하는 구도로 전락했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해외 사례를 알아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현 상황에 대해 파악해봤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외사례 법안···국내 법과 비슷하지만 개인처벌 조항 달라
현재 해외 국가 중 영국, 캐나다, 호주가 국내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현행법을 시행 중이다. 세 국가의 현행법을 살펴보면, 영국은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은 최고 경영자를 처벌하는 국내 법안과 달리, 개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설연)에 따르면, 영국은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진을 포함한 개인에 대한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차사죄가 적용되며, 기업과실치사법은 법인에 대한 처벌만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1992년 웨스트레이 광산 폭발 사고로 26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당국은 2004년 중대재해처벌법과 비슷한 웨스트레이법을 제정했다.
호주는 연방법상 8개 주 중 4개 주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처벌 대상은 국내와 동일하게 법인 및 고위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개인 처벌의 경우, 하한형 없이 상한형만 명시하고 있다는 게 건설연의 설명이다.
건설연은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정책 방향에 대해 ‘중대재해는 과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고의범에게 적용되는 개인처벌에 대한 하한형을 삭제하고 중과실에 한정해 처벌하는 등 합리적인 처벌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무사 직무 범위에 중대재해처벌법 포함한 개정안 통과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는 노무사 직무 범위에 중대재해처벌법과 가사근로자법을 포함한 개정안이 통과해 법조계가 강한 반발에 나섰다. 이는 형사소송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법률상담을 공인노무사가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A법무법인 중대재해처벌법 담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이전 적용했던 산업안전보건법은 행정법이지만, 현행 법안은 형사소송법에 해당한다”면서 “형사법에 익숙하지 않는 노무사가 해당 법률 상담을 진행할 경우, 의뢰인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 사업자들은 오히려 이번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오는 2024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싼 로펌에 한정되기보다는 공인노무사의 조력으로 현행법에 대한 대응이 한 층 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형로펌들이 법률 시장을 독식하려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받기 위해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으로 인해 법조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알고있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 중처법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을 잠재울 수 있도록 우리 노무사들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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