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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납품단가 연동제' 순항할까

납품단가연동제, 이론과 현실 사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경제 침체 등으로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여야, 정부 모두 법안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법제화로 인한 부작용 우려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본지는 도입 반대 측의 주장을 살펴보고, 찬성 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중소기업의 오랜 숙원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여야, 정부 가릴 곳 없이 법안 통과와 제도 마련에 힘쓰면서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위한 정부 의지는 강하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을 약속하고 이를 중소기업 공약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9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적용 업종 등 세부 사안에선 이견이 있지만, 법안 취지에 관해선 양당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두 달 남짓 남겨 있는 올해 안으로 법안은 통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경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몇몇 학자들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관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법제화 반대 입장을 표했다.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이 가운데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강제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라는 견해도 있다. 대기업이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의지를 등에 업고 급물살 타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과연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을까. 본지는 반대측이 주장하는 부작용 핵심을 정리해보고,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급물살 타는 '납품단가 연동제' 순항할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과도한 규제는 시장경제 왜곡…자율적 판단에 맞겨야
"우리나라는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보호정책으로 중소기업 전반에 중견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해 있다"

지난 10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정책 토론회'에서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이 인사말에서 성토한 말이다. 권태신 부회장은 "가격 경쟁력은 시장 경제의 핵심"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법제화되면 시장 경제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부작용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조인숙 교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술이나 경영 혁신 등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정확히 아는 건 수탁기업이다"라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에서 비용 인상 요인을 원사업자에게 떠넘기는 인센티브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는 원가 개선과 기술력으로 인한 대체제 발굴 노력과 같은 중소기업의 성장 요인을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중소와 대기업이 협조를 통해 맞춰가야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같은 요인들이 최종재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가 당사자간 계약의 자유 원칙에 위배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태 영산대학교 교수는 "경제 상황 악화로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헌법이 추구하는 기본권 보장, 재산권 보장 등의 기본적 원칙이 무시돼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라고 우려했다.

김병태 교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계약 당사자간 합의로 이뤄질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갑을 관계에 놓인)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포스코와 같은 일부 대기업에선 법제화와 무관하게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도급 계약에 도입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참여도를 높이면, 충분히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급물살 타는 '납품단가 연동제' 순항할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현실은 출혈 경쟁…원론적 접근으론 해결 안 돼
중소기업중앙회 이종건 상생협력부 부부장은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시장경제나 자유계약과 같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는 이제 부적절하다"라며 "이제는 대기업들도 당연히 동의할 수 있게 제도를 다듬는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얘기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관해 그는 "지금 당장 적자를 보고 있는데, 누가 기술개발에 뛰어 들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적자 경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혁신이나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지는 환경 조성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 상황은 중소기업들끼리 '덤핑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 현실 상황과는 맞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발생하는 데에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완제품을 만드는 곳은 거의 대기업이고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인데, 마치 연동제 때문에 가격 상승이 이뤄진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중소기업에 돌리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기존의 조율 제도를 몇몇 중소기업들이 잘 몰라서,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설령 (제도를)안다고 해도 거래 단절이나 갑을 관계와 같은 문제 등으로 실제 활성화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기업들과 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도 충분히 거쳤고, 많은 연구와 조사 과정이 등이 있었다"라며 이제는 반대가 아닌, 납품단가 연동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강현민 기자
khm546@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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