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 주택 가격 등락폭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서야 상승세가 시들해졌지만, 집값은 이미 오를대로 올라 집을 구하려는 취약계층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교적 전세 및 월세 부담이 적은 반지하 주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서울에 직장을 둔 젊은 직장인들은 출·퇴근을 위해 회사와 가깝거나, 역세권에 있는 싼 매물을 찾아다니며, 울며 겨자먹기로 반지하를 선택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 있는 지하·반지하는 32만7천320가구다. 이중 20만849가구(61.4%)가 서울시에 집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지하 건물은 8, 90년대 지어진 노후화한 건물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최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반지하를 없애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반지하 전면 금지법 마련···일각에선 실효성 문제 대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인해 사망했다. 당시 이웃들은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창문을 깨고, 방범창을 뜯어내려 했으나, 성인 남성 2명이 달라붙어도 꼼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서울시는 반지하 전면 금지법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 관리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반지하 주택은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돌입하면서부터 세대당 보유 차량대수가 점차 늘면서, 당시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정부는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1층 주차 면적을 건축면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일부 개정했다.
이의 일환으로, 지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을 세워 주차 공간을 확보한 필로티 구조의 주택이 들어섰다. 현재 주택가 도로를 걷다보면 1층에 주차 공간을 확보한 구조의 주택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 건축사 사무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물 설계 시, 주차장 계획 또한 꽤나 까다로운 부분”이라며 “현재 주거용 주택 설계는 담당하고 있지 않지만, 반지하 설계는 주차 공간에 대한 확보가 어렵고 효율성이 떨어져 최근에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법안 폐지와 함께 반지하를 제도적으로 없앤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건물주와 반지하에 주거하고 있는 세입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 터졌다하면 개정되는 법률···건물주는 불안감 호소
서울시는 지난 8월 침수 피해 이후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한다’고 밝혔다.
시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해 기존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상향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 바우처 등을 제공하며, 세입자가 나간 빈집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해 리모델링 및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이 터졌다하면 개정되는 법률로 인해 건물주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소재에 있는 반지하가 포함된 건물을 소유 중인 B씨는 “반지하에 대한 기피 현상과 정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만약 세입자가 나가고 정부 방침대로 매입 진행 시, 시세에 맞춘 적절한 가격이 제시될 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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