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서는 주마다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금도 전시장 한 편에선 다음 열릴 행사를 위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행사 규모와 취지에 맞게 플라스틱이며 철근, 나무 목재 따위로 전시장은 매주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부스를 제작하는 데 활용하고 남은 자재들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폐기처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재활용을 하는 것일까. 그 양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본지는 실제 마이스(MICE) 산업에 대한 ESG(Environment,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 경영 현황과 업계 상황을 알아보고,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조명한다.
지난 1편(2일자 본지 인터넷판) 보도와 관련, 이번에는 그 어마어마한 양을 따져봤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야적장. 전시장에서 활용한 목재들이 야적장 한 편에 산처럼 쌓여있다.
전시 후 배출되는 폐기물 배출량은 얼마나 될까. <산업종합저널>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대형 임대사업자, 지자체, 관련 협회, 철거 업체 등 전시업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30년 몸담았는데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네”
전시 업계에서 30년 동안 일 해왔던 전시 관련 협회 관계자 B씨에게 전시장 폐기물 자료의 여부를 묻자 되돌아온 말이다.
그동안 전시 업계에서 폐기물과 관련해 얼마나 관심이 적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취재 과정 중 전시 후 폐기물 배출량을 집계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관계자들 대부분이 모른다는 태도였다.
문제는 이들 전시 업계들이 저마다 자사 누리집에 ESG실천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얼마나 배출되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B씨는 “그런데 전시 업계에서 친환경이다 뭐다 하는데, 실제로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 허울뿐이지 뭐”라며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시장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태워지는 쓰레기 최소 1천500톤
<산업종합저널>이 고양시 일산 서구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23일 현재까지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배출된 폐합성수지류는 680톤으로 확인됐다.
추가적으로 본지가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코엑스(COEX) 1년 치 폐목재 예상 발생량 자료에 따르면, 폐목재는 1년에 480톤, 세택(SETEC) 전시장은 360톤의 폐목재를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전시산업이 올 봄 들어서면서 점점 활성화되고 있고, 해당 자료가 철거 업체가 내놓은 1년치 예상 신고량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발생량은 이보다 훨씬 더 웃돌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폐목재는 재활용을 해야만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목재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 등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탄소 발생은 불가피하다.
폐목재 뿐만아니라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도 만만치 않다. 국내 대형 전시 임대사업장의 폐기물 관리자 A씨에게 묻자 “3~4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전시회 기준으로 한 홀당 최소 1톤에서 많으면 3~4톤 정도의 폐기물이 나온다”라고 답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가 1년에 대략 600건이고, 이들 전시가 모두 한 개 홀에서만 진행한다는 최소한의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 하더라도 연간 최소 1천500톤 가량의 쓰레기가 소각장에서 태워지고 있는 셈이다. 인구 120만의 송파구와 강남구의 생활쓰레기 일 배출량보다 높은 수치다.
한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시장 쓰레기 배출량이 적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보통 전시회 한 번에 약 55m³(약 5만 5천ℓ)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라고 얘기했다.
[공동취재=최 준 기자·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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