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먹거리다. 하지만 최근 한국 반도체 시장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불화수소 등 화학물질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반도체 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한 해였다. 기존 차량보다 2배 이상 반도체가 소요되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차량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반도체 관련 유통업계는 물량 부족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어땠을까? 본지는 2022년 한 해 동안 이슈가 된 반도체 시장 동향을 파악해 정리했다.
반도체 공정 필수 화학물질, 국산화 개발 진행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정부는 핵심 화학물질 국산화를 추진했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케미컬 플랜트 설비 증설 및 반도체용 화학물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 2월 본지가 방문한 ‘2022 세미콘 코리아(SEMICON KOREA 2022)’에서는 다양한 반도체 관련 솔루션 및 제품들을 선보였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주)한양이엔지는 케미컬 종합 설비 시스템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 CCSS)를 선보였다.
1990년 국산화에 성공한 이 회사의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는 초정밀 화학물질의 공급, 이송, 혼합, 폐기 등의 전 과정을 총합 관리하는 장비다. 특히 첨단 전자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케미컬 제품도 전시됐다. (주)엠티아이(MTI)는 반도체 후공정에 사용하는 세정용 화학제품 포토레지스트 스트리퍼(Photo Resist Stripper)를 자체개발해 소개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는 리소그래피의 핵심재료로써, 웨이퍼에 빛을 전사시켜 회로패턴을 형성시키는 감광제다.
현장에서 만난 엠티아이(MTI) 관계자는 “PR 공정을 완료한 이후, 반도체에 도포된 감광제를 제거하려면, 다른 화학제품을 써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체적인 배합 레시피를 통해 개발한 것이 포토레지스트 스트리퍼”라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 수급 대란 발생···현재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하락세 전망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수급난은 유통업계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13일 본지가 구로중앙유통단지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반도체 대란 이후 주요 부품 공급이 길게는 1년 이상 지연되면서, 유통단지의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는 아니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구로중앙유통단지에 입점해 있는 반도체·전자부품 유통점의 한 관계자는 당시 “매출이 크게는 30% 이상 하락했다”며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소부장 GVC(Global Value Chain)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이 어느 정도 해결된 현재 코로나 특수로 인한 반도체 호황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지정학적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금리가 인상돼 경기불황이 예고되면서, 주요 소비자층의 지갑이 닫혔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 매출액은 469억 달러로, 전월 대비 0.3% 감소했으며, 지난해 동월대비(491억 달러) 4.6% 하락했다.
SIA 존 뉴퍼(ohn Neuffer) CEO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판매 실적은 201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업계 인력난···인재 양성 중요해
최근 반도체 업계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6월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최근 발사한 누리호에 탑재한 센서 모두 반도체로 이뤄져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학생 배출 수준과 사회 수요의 미스매치, 수도권 정원 조정과 같은 제도 및 법률 변경 등의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입학생을 뽑아도 학사 인력 배출에는 최소 4~6년, 석·박사는 10년이나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학과보다는 반도체 관련 학과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주장한 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은 다양한 전공생들”이라며 “전자, 정보통신, 전기, 신소재 등 학부생들이 현장에 공급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은 기업일수록 회사 자체 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 투입할 수준의 인력 공급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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