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9일 정부는 산업 현장 내 노동 생산성 불균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보면, 외국인력 숙련체계 구축, 외국인력 취업 활동 범위 확대를 통한 활용체계 고도화, 외국인력 합법적 고용환경 조성을 통한 체류 지원 강화, 노동시장 상시 분석시스템 구축을 통한 인프라 확충 등이 제시됐다.
이는 사업장 내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크게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방안이 사업장 입장만을 고려한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금체불, 문화갈등, 직장 내 따돌림 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문제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행정적인 개편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두 번째 기사는 재구성한 외국인 근로자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 사회 속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서로에 대한 배려 통해 상생 과정 거쳐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압둘로흐(가명)는 건설현장 내 폼(거푸집) 해체 팀장을 맡고 있다. 그가 관리하는 팀원 또한 같은 국가 출신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그들 대부분도 무슬림이다. 때가 되면 현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성지(메카)를 향해 절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장 안전 관리자와 마찰은 부지기수다. 현장 측은 상황을 고려해 절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근로자들은 일명 함바식당(뷔페식 백반집)에 모여든다. 옥외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의 맞춤 식단은 간이 강한 제육볶음이 주된 메뉴다.
그러나 압둘로흐는 먹을 수가 없다. 이슬람 종교 율법상 돼지고기 취식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이거, 돼지야? 아니야?”라고 매번 묻는다.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빵이나 채소, 김치 등을 위주로 접시에 담는다.
보다 못한 식당 주인은 어느 날부터 무슬림 근로자들을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해 놓았다. “압둘, 여기에서 담아”
위 내용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주변 모두가 그들을 배려해 상생하는 과정을 거쳤던 일반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이유도 모를 불합리한 처사를 받고 있다.
본지 기자와 만난 이주민 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고당한 케이스도 있었다”면서 “그 외국인은 서툴지만 한국어를 비롯해 불어, 영어 등을 구사할 수 있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에서는 퇴근 직전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이처럼 현재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많은 사례들이 불문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국인 고용시장···2060년까지 5~31만 명 필요
국내 산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그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한국의 산업구조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1980년대부터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찍이 외국인 근로자 필요성에 대한 산출 및 분석을 시작했다. 현재는 비교적 외국인 근로자 정착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로 꼽힌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리먼 쇼크, 동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인한 감소 시기를 제외하면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166만 명에 달한다. 이는 일본 전체 노동력 증가분의 약 35.4%로, 현지 고용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 국가별 비중으로는 중국 14.4만 명(41.7%), 베트남 7.9만 명(22.9%), 기타국가 5.1만 명(14.7%), 네팔2.9만 명(8.5%), 한국 1.8만 명(5.1%), 인도네시아 0.8만 명(2.2%), 스리랑카 0.7만 명(2.1%), 미얀만 0.5만 명(1.6%), 태국 0.4만 명(1.2%)순이다.
국토교통성은 향후 노동력 인구가 감소하는 것에 대비, 현재 경제 규모를 2060년까지 유지하기 위해 매년 약 5~31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수용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2018년 일본은 외국인 근로자의 현지 적응 여건 마련을 위해 숙련기능인력과 유사한 특정기능 1호, 2호 체류자격을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일본의 특정기능 체류자격은 단순노무인력인 기능실습생 제도를 유지하면서, 숙련 형성 후 특정기능 1호로 체류자격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외국인 근로자가 10년 이상 근무한다면 특정기능 2호 비자를 통해 가족을 동반할 수 있다.
건산연은 ‘일본의 경우 국토교통성을 중심으로 건설 커리어 업 시스템과 외국인 취업 관리 시스템을 연계해 외국인 수용 기업이 계획에 따라 취업을 시키는지에 대한 파악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정부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인원 및 숙련도를 바탕으로 내국인 및 외국인의 양적, 질적 인력 수급 정책 수단을 조속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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