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의 중심추가 친환경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설비들도 이러한 추세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종전의 LNG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전기를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스크러버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3'에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 장비 업체를 만나 최근 업계 동향을 들어봤다.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전기 방식의 스크러버가 과도기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LNG방식의 스크러버가 현장에서 주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전기 방식으로 결국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확신했다.
현장에서 만난 스크러버 제조 업체 'DAS'의 김현우 과장은 "반도체 공장에선 다양한 특수가스가 쓰인다. 근로자 건강이나 환경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공정후 배출된 가스를 스크러버가 분해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장비에 관해 설명했다. 방식에 따라 Wet, Plasma, Burn 등 다양한 종류의 스크러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업체가 주력으로 소개한 스크러버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고, 플라즈마 발생시켜 가스를 분해하는 방식이었다.
김 과장은 "전기 방식의 플라즈마 스크러버가 각광을 받은 건 2년 정도 밖에 안 됐다"라며 "종전까진 LNG를 원료로 불을 지펴 가스를 태우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플라즈마는 사실 새로울 건 없는, 이미 더 전부터 존재한 기술"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기업들의 생소함이나 PM(Prevntive Maintenance, 유지보수)주기가 LNG방식보다 짧아, 그동안 업체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만, 지속적인 개발로 PM주기도 전보다 개선됐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아직 LNG 방식이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비용 등의 이유로 업체들이 설비 교체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다만, 확실한 건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몇 년 안으로는 기존 LNG에서 전기 방식의 스크러버로 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부스에서 만난 스크러버 업체 CSK의 김호남 부장도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가스 사용량과 종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스크러버 용량도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기존 LN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높아지니 자연스레 전기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 리서치 센터가 발간한 산업분석 리포트 'ESG와 해외 진출로 고밸류 받는다'를 보면,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스크러버 장비 수주도 증가한다는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김호남 부장은 전기 방식의 스크러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업계 전반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각 수요 업체마다 요구하는 설비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에, 업체들이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수요 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가스를 생산하는 회사가 함께 연구개발을 해서, 부하가 낮은 대체 가스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면서 민간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쪽에서도 투자나 규제 혹은 보조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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