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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등록제'는 안착할 수 있을까

2일,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정책수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나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엄격한 인증 요건이 도리어 기업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기업 인증제는 정부가 직접 사회적 기업을 골라네,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후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 차원에서도 도입됐지만, 재정적 지원만을 노리는 '무늬만 사회적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방파제 구실도 하고 있다.

이 인증제도를 등록제 전환하자는 이야기는 사실, 박근혜 정부(2차 기본계획)부터 계속 나오고 있던 이야기지만, 얘기만 무성할 뿐 실제 시행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인증제도를 등록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지난해 12월 발표되면서 제도 전환에 관한 군불이 다시 지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현행 '사회적 기업' 인증제도를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과도한 요건으로 기업에 부담을 줬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는 인증제를 폐지하고 서류심사를 통한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이라는 윤 석열 정부 기조에 맞춰 진입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기업 또한 경쟁 방식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인증제냐, 등록제냐'를 두고 학계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의 정책 토론회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인증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전면 등록제 전환'에 관해선 다소 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

사회적 기업 '등록제'는 안착할 수 있을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지난 2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정책수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 국회환경노동위원회와 국민의힘 박대수·김형동·이주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인증제도, 기업 외연 확대 막고·양적 확대 저해
이날 발제자로 나온 김혜원 교원대학교 교수는 "현장 관계자들은 기업에 관한 정보력이 있지만, 일반 시민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인증제에 근거해 정부 재정지원과 촉진 제도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투자나 소비자에 신뢰성을 담보하는 제도다"라며 인증제도의 의의를 우선 짚었다.

한계점도 짚었는데, 인증제도가 사회적 기업의 독립성이나 자주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조항을 보면, 사회적기업이란 명칭은 인증된 기업만 사용이 가능하다"라며 "인증제를 통과하진 않았지만, 사회적기업 정신을 가지고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선 제약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증제가 '허가'와 '불허' 두 가지 기준만 제시할 뿐이지, 인증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 등의 질적 차이에 관해선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업이 당초 인증 요건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부분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등록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엄격한 인증 요건으로 기업 외연이 협소해지고, 양적 확대가 저해된다는 것이다.

"동륵제만이 해결책은 아냐…현행 제도 손질만으로도 해결 가능"

인증제가 기업의 외연 확장을 제약하는 역할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현행 법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지 못하고, 오히려 외연 확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 생각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조항에는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이 사회적기업의 핵심 요건으로 돼 있지만, 일반 시민의 요구나 지역민 요구, 공익 사회 서비스 제공이라든지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빗겨나 있다"(김혜원 교수)

인증제가 양적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에 관해서는 "등록제는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라며 "등록제 전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등록제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재 정부의 지원 수준이나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우선 구매 등 촉진 제도의 후퇴는 없어야 하고 ▲사회적 기업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제도'(SVI)의 고도화 및 활용, '사회적기업 법인격' 등의 제도가 신설 돼야한다는 것이다.

이 두 조건이 충족돼야 등록제 전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에 등록제 검토가 있었음에도 입안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주장만 있을 뿐 충분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등록제 전환'보다는 '인증제도의 혁신'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 '등록제'는 안착할 수 있을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지난 2019 대전 컨벤션세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현장. 사회적기업들이 관람객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VI, 지역 차원에서 소화 힘들어…충분한 논의와 준비 이뤄져야"

사회적 기업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방안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제도'(SVI)의 도입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역단위에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에 참석한 영남대학교의 전인 교수는 "등록제로 전환하려면 SVI기준이 중요할텐데, 지역에서 이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에 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SVI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사회성 성과 측정 지표다. SVI 측정 중 지자체 사업개발비 심사의 경우 SVI 지표의 일부를 활용하거나 배점을 조정하는 등 지자체의 자율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등록제로 전환할 경우 사회적 기업으로의 신청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자체에서 이를 운용할 만한 인력 구성이나 객관적 평가 역량 등이 준비됐는 지 우려 된다는 게 전인 교수의 생각이다.

박철훈 대구경북 소셜벤처 지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등록제 전환은 해볼만하다"면서도, 대신에 사회적기업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제든, 등록제든 "누구든 신청할 수 있되, 아무나 되지 못하는' 검증 체계로 '무늬만 사회적 기업'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강현민 기자
khm546@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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