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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연료인가, 도둑질인가"… AI 저작권, '공정 이용'의 딜레마

美·日은 법적 기준 마련했는데… 韓, 모호한 가이드라인에 산업·창작자 '혼란'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산업 전반의 중대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동안 ‘공정 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어온 관행이 기술의 확산 속에서 더 이상 용인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AI 기업들과 콘텐츠 제작자 양측 모두에게 시급한 판단을 요구한다. 특히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불투명한 가이드라인과 미비한 판례 속에 놓여 있어, 법적 충돌의 불씨가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는 연료인가, 도둑질인가"… AI 저작권, '공정 이용'의 딜레마 - 산업종합저널 동향
개념 시각화 = 산업종합저널 (AI 활용)

15억 달러 합의금의 충격… 흔들리는 '학습 관행'
기술이 진보할수록 데이터는 연료가 된다. 하지만 이 연료가 타인의 창작물에서 나왔다면 문제는 법적·윤리적 쟁점으로 비화된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크롤링해 학습시키는 AI의 본질은 일종의 대규모 복제 행위이며, 이는 현행 저작권법과 충돌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실제로 최근 AI 기업이 저작물을 사전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이유로 피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앤트로픽(Anthropic)이 유명 작가들과의 저작권 분쟁에서 15억 달러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충격을 안겼다. 콘텐츠 생산자가 납득할 만한 보상 없이 창작물을 수천억 매출을 내는 AI에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산업계 전체의 물음표가 되었다.

日 'TDM 허용' vs 韓 '모호한 2011년 조항'
해외 주요국은 이미 방향을 설정했다. 일본은 2019년 저작권법에 AI 학습을 위한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TDM)을 허용하는 조항을 명시해 연구 목적의 복제를 합법화했다. 영국은 비상업적 연구 목적에 한정해 저작물 활용을 허용하며, 미국은 ‘공익적 목적’과 ‘변형적 이용’을 핵심 기준으로 공정 이용을 판단한다. 이들 국가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 AI 산업 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갈등의 수면 아래를 맴돌고 있다. 창작자 단체는 사전 허락을 원칙으로 주장하는 반면, AI 업계는 수천만 건의 저작물을 개별 허락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고비용의 데이터 구매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생태계를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가 2011년 도입한 공정 이용 조항은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상적 기준에 머물러 있어 해석과 적용에 혼선을 빚고 있다.

옵트아웃 등 '선 긋기' 시급… 제도 실패는 곧 미래 비용
해법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등록 저작물은 사전 동의, 미등록 저작물은 사후 보상을 원칙으로 하되, 권리자가 학습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이를 존중하는 ‘옵트아웃(opt-out)’ 체계를 병행하는 절충안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공공 데이터 활용 권장, 출처 표기 의무화, 신탁 기구 설립 등이 장기적 과제로 논의될 수 있다.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저작권이라는 댐을 무시하고 흘러가게 두는 것도, 모든 흐름을 막아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처럼 명확한 조항을 마련하든, 미국처럼 판례 중심의 접근을 택하든 한국도 입법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호한 기준 속에서 시간을 허비할수록 한국의 AI 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제도 설계의 실패는 국가 전체의 미래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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