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 공룡 기업들의 독과점 구조가 정부 행정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시작된 플랫폼 규제 입법은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 내용에 대한 갑론을박에 이어 공정위, 방통위, 과기부 등 관할 부처 간 관할권 논쟁까지 발생하면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설민 공정거래위원회 과장,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영국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이와 관련해 ‘플랫폼 독과점 완화를 위한 현실적 입법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영국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위원,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해 구체적인 플랫폼 규제 입법 방안을 토의했다.
시장 혁신 막는 독과점, 단계적 규제로 범위 넓혀야
발제자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과점 플랫폼이 진입장벽을 강화해 경쟁을 막고, 불공정거래행위를 발생시키는 등 시장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유럽연합, 독일, 미국, 일본 등의 플랫폼 규제 입법 사례를 예로 들며 기존의 공정거래법 규정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조사 절차로 인해 신속한 시장 개입이 어렵고, 효과적인 개입을 위한 시정조치 수단도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상 플랫폼 독과점 특별 규정을 신설해 소수의 대규모 플랫폼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규모와 영향력에 따른 단계적 규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모가 작은 플랫폼도 할인 행사를 강요하거나 원치 않는 쿠폰을 발행하는 등 소상공인에게 불공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단계별 규제를 통해 규제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정 연구위원은 “계약서만 잘 작성되어도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대다수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독과점 플랫폼의 구체적 행위규범을 명시한 별도 규정을 신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독과점, 개별 행위 규제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토론자들은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디지털시장경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과 단계별 규제에는 동의했지만, 개별 행위를 규제하기 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유영국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혁신과 규제, 양극단의 대결 구도로는 입법상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규제가 혁신을 막고, 혁신은 규제가 없어야 가능하다는 논리에 치중해 ‘구조적 문제’인 독과점에 대한 논의가 부실했다는 의미다.
권순종 소상공인협회 부회장도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불규칙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어느 하나를 규제하면 다른 행위가 나타날 것”이라며, 개별적 행위만 규제하는 것은 ‘따라가는 입법’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또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수익과 편리성을 제공하고, 입점자는 적은 비용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독과점 구조 때문”이라면서, “플랫폼 제공자에게만 이윤이 쏠리지 않도록 플랫폼 제공자·입점자·소비자라는 세 주체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