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및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기자동차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올 2030년을 미리 대비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도 기술 선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폐막한 ‘인터배터리 2023(INTERBATTERY 2023)’에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6일(현지시각) CRMA(핵심원자재법) 초안을 발표했다. 법안은 리튬, 망간, 코발트, 니켈 등 16개 핵심전략자원을 선정해 역내 10%를 생산, 40%를 가공, 15%를 재활용한다는 것이 골자이며, 2030년까지 제3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제조 기업은 비상이다. 하지만 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오히려 반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될수록 재활용 업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재활용, 공급망 불안정 해소 기여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등 일부 국가가 원재료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국내에서 배터리를 재생산하면 자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다른 대기업보다 빠르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축적된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1차 원료(니켈) 제련 및 2차 원료(폐배터리) 재활용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 원료 공급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강민구 고려아연 신소재사업본부 신소재사업개발팀 책임은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폐기 시 나오는 환경오염물질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처를 만들어 공급망 불안정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재활용 기업 관계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양승빈 ISTMC 기획팀 과장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및 유럽 CRMA로 재활용 소재 의무사용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재활용 업체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고 언급했다.
습식 공정 채택해 탄소 배출 감축도
전시회에 참여한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습식 공정’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습식 공정은 전처리 공정을 통해 만든 블랙 파우더를 화학물질에 녹이고, 정제과정을 거쳐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건식 공정은 폐배터리 셀을 용융로에서 녹여 합금체를 만들고, 이 합금체를 다시 정제해 목표 광물을 뽑는 방법이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건식 공정은 고온의 용융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목표 광물을 회수하기도 어렵다”면서, “앞으로 대부분의 재활용 업체가 습식 공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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