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설비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7일 폐막한 ‘인터배터리 2023(INTERBATTERY 2023)’(이하 전시회)에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현황과 전망(
본지 23일자, 24일자 보도에 이어)을 살펴봤다.
재활용 산업 성장 따라 관련 설비 시장도 성장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방전은 필수 과정이다. 방전되지 않은 배터리 셀을 파쇄하면 폭발 및 열폭주로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소금물이 담긴 수조에 배터리를 장시간 재워 방전시키는 ‘염수방전’을 사용한다. 방전까지 평균 2~10일이 걸리고, 수조를 구축 및 유지하는 데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안전상의 문제도 있다. 염수방전을 위해서는 배터리를 팩, 모듈, 셀 단위로 분리해야 하고, 염수가 잘 스며들도록 일부를 절단하거나 파괴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방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감전이나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2차 전지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마루온은 염수방전을 대체할 ‘전기적 방전기’를 선보였다. 배터리 용량 테스트 기능 및 폐기를 위한 ‘역전위 방전’ 기능을 제공하며, 65킬로와트시(kWh) 용량 기준 2~3시간 내 방전을 완료할 수 있다.
이하림 마루온 해외영업팀 주임은 “염수방전 대비 방전 시간이 빠르고, 추가비용이나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터리를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방전시키기 때문에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루온의 방전기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주임은 “출시 이후 전기자동차 배터리 1만 개 이상을 폐기 완료했고, 성일하이텍 등 국내 주요 재활용 기업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 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 지원 필요
폐배터리는 각종 중금속, 전해액 등이 포함되어 있어 매립이나 소각 시 다량의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 배터리 재활용은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빠르게 성장 중이며, 관련 산업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후처리 공정의 오염물질 발생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블랙 파우더에서 목표 광물을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은 황산을 비롯한 여러 물질을 사용해 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된다.
성일하이텍은 현재 헝가리, 폴란드, 중국, 인도 등 9개 국가에 전처리 공장을 세워 블랙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후처리 공장은 해외에 건설하지 못해 생산한 블랙 파우더를 국내로 들여와 제련한다.
업체 관계자는 “후처리 공정 폐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갖추고 환경부 기준에 맞게 관리하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 국가마다 환경 규제가 다양해 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표준 설정, 회수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재활용 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유럽, 미국, 중국 등에 밀리지 않으려면 체계화된 회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재활용 과정에서의 오염물질 처리와 목표 광물 회수율이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폐기물 처리 신기술이나 공정 효율화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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