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고대부터 전투에 동물을 사용했다. 후각, 지구력 등 인간보다 뛰어난 동물의 신체적인 능력을 통해 상대보다 우위를 선점하고자 했다.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개를 훈련시켜 탱크 밑으로 들어가 자폭하게 하거나, 돌고래로 기뢰 탐지를 하는 등, 위험한 임무에 동물을 투입시키기도 했다.
현대에는 동물 착취, 고위험 임무를 위한 비인도적인 사육방식 등의 이유로 동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힘을 빌렸던 임무들을 인간이 대신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 대신 기계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2023 Unmanned System World Congress, 이하 무인이동체엑스포)’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육군, 해군, 공군이 각자 구상중인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비롯해 다양한 무인이동체를 선보였다.
본지에서는 무인이동체엑스포에 참가한 대한민국 군의 부스에서 우리 국토를 수호하는 무인이동체의 종류와 그 용도를 살펴봤다.
육군
육군의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빼앗은 것은 네 발로 걷는 개 형상의 로봇이었다. 다리 관절을 이용해 양옆으로 기체를 기울이거나, 빠른 속도로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 기체에 달린 카메라에서 전송하는 화면을 보며 사람이 조종하는 형식이었는데, 참관객들은 “앉아”와 같이 실제 개를 대하듯 했다.
육군 관계자는 해당 로봇을 ‘다목적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산악지대 등 기동하기 힘든 곳에 투입해 전장 상황을 정찰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향후 탄약 등 군수물자 수송에도 활용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목적 로봇 외에도 다양한 무인이동체가 육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쉽게 무인 장갑차라고 볼 수 있는 ‘무인수색차량’은 전장에 군수 물자를 보급한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기관총이 달린 회전포탑이 장착돼있다.
포탄에 날개가 달린 형상의 ‘다목적 전투드론’은 정찰과 통신 중재 역할을 담당한다. 탑재된 폭발물을 낙하시켜 적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드론이 정찰,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지뢰나 폭발물 제거에도 무인이동체가 활용된다.
육군 관계자는 “AI, 드론, 로봇을 융합해 병력 위주의 전투에서 무인체계로 전환 중”이라고 육군의 유무인복합체계를 요약했다. 군단부터 대대까지 적용되는 개념이다.
공군
공군 관계자는 “무인이동체를 전투체계에 직접 활용하는 육군과 달리, 공군은 비행단 각각의 특기 업무 보조에 활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군은 항행 안전시설 점검, 근접항공지원, 기지경계 등의 임무에 드론을 투입했다. 방공무기 추적 훈련의 가상 적기로도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건, 농약 살포 임무를 가진 드론이었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활주로 정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조류충돌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비행 사고다. 공군은 활주로 주변의 풀에 농약을 살포, 제초를 조류가 비행단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유입된 조류를 퇴치하기 위해 사이렌과 조명이 달린 드론도 사용된다.
또, 구름과 밀도, 습도 측정을 통해 기상분석 예보에 드론을 활용하거나, GPS 교란 시도가 감지됐을 때 교란 원점을 추적해 차단하는데도 드론이 쓰인다. 적진이나 험지에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한 임무도 수행한다.
공군 관계자는 “KF-21과 편대를 이루는 무인편대기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KF-21에 탑승한 조종사가 무인기를 통제하는데, 고위험지대에 무인기를 보내 정찰하거나 적 전투기에 요격당할 때 무인기를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작전하게 된다.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통해 대북감시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로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개발, 전력화 중이다.
해군
해군은 부스에 무인 함정 등을 활용한 미래 상륙 작전 디오라마를 꾸몄다. “무인체를 통해 해안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무인상륙정 등을 통해 더 안정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인잠수정을 소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201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운용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개발 완료됐다. 잠수함의 역할을 다수 대체하며, 수중 탐지가 주임무다.
기뢰를 탐지하는 어뢰형태의 무인이동체도 선보였다. 2가지 형태로, 자율 주행 기능이 있는 무인이동체가 소나를 이용해 기뢰를 탐지하면, 폭약을 탑재한 무인이동체가 투입된다. 해당 기체는 케이블이 연결돼있는데, 지상 요원이 최종 확인 후 자폭 명령을 내려 기뢰를 제거한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기술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의 시제품 모형들도 전시됐다. 감시·정찰, 기뢰 탐지 등의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항해와 임무장비 운용, 2개 콘솔로 나뉘어 운용할 계획이다. 라이다 등의 센서로 표적을 감지하고, 경로적 기반의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할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해군은 군사경찰(헌병)이 해안선 경계에 사용하는 드론이나, 선체 청소, 선체 검사에 쓰이는 로봇도 소개했다.
군의 무인이동체 도입 이유
이처럼 군이 무인이동체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육군 관계자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드론 등을 활용해 극복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각 특기의 업무 보조에 드론이 뛰어난 효율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저출산 등의 이유로 기존보다 병력 수가 줄어들었고, 위험한 임무에 쉽게 인력을 투입할 수 없어 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라며 “무인이동체로 인력 대체를 통해 전력 유지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무인이동체 도입을 통한 기대효과도 밝혔다.
육군은 “지뢰 제거 등의 열악한 환경에 투입해 인명 희생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고, 공군은 “무인편대 비행 등을 통해 미래 유무인복합체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유인 전력과 융합 시 임무 효율이 증가되며,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위험 임무 수행을 통해 병력 보존력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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