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개발 회사인 뉴빌리티(NEUBILITY)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융합 규제샌드박스’제도에 따라 실증특례 사업으로 지정된 자율주행 로봇배달을 서비스하고 있다.
‘ICT’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약자로, 전기통신 설비 또는 컴퓨터 등을 활용한 정보의 수집, 가공, 처리, 송·수신 및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된 기술을 뜻한다. ‘ICT융합 규제샌드박스’는 ICT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를 대상으로, 다양한 신기술·서비스의 시장 출시 및 테스트할 수 있도록 일정 조건 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뉴빌리티는 이 사업의 3차 실증 구역으로 6월 13일부터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 교내와 인근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서비스하고 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어떻게 서비스되나
본지는 11일,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이하 건국대)를 찾았다. 로봇은 건국대 제1학생회관 자전거주차대 옆 로봇스테이션에 두 대가 나란히 세워져있다.
로봇 배달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봤다. 우선, 서비스는 카카오톡 검색에서 ‘뉴비오더’를 검색, ‘뉴비오더 건국대캠퍼스’ 채널을 선택하면 된다.
채팅창 하단에 나오는 주문하기를 누르면 즉시 배달 가능한 주문 건수와 예상 배달 완료 시간, 까페, 핫도그, 마라탕, 편의점 등 로봇이 배달할 수 있는 인근 매장 14곳이 표시된다. 로봇은 가로 360mm, 세로 330mm, 높이 350mm까지 적재할 수 있다. 서비스에서 참고용으로 제시한 적재 예시는 1호 케이크 1개, 롤케이크 2개, 커피 6잔 수준이었다.
배달은 건국대 학생회관, 경영관 등 서비스에서 지정한 장소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인근 편의점에서 인문관으로 음료 배달 요청을 하고 모바일 결제를 진행하자 주문접수 알림이 왔다.
곧이어 ‘건국대 3호기 뉴비’가 배달을 시작했다. 로봇은 로봇스테이션에서 출발해 500여 M 떨어진 인근 편의점을 향했다. 주행속도는 성인 남성의 잰걸음 정도였다.
당시 건국대는 한차례 내리던 비가 그쳤다가, 이슬비 수준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해 노면이 젖어있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는 상태였다. 로봇은 물웅덩이도 문제없이 지나가고, 교내의 시민들과도 융화돼 주행을 이어갔다.
횡단보도에 이르자 로봇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주행했고, 길을 건너려다 차가 다가오자 뒤로 후진했다가 차가 지나간 뒤에 마저 길을 건너기도 했다.
건국대를 빠져나와 로봇이 편의점에 도착하자 적재함이 열렸다. 편의점에 손님이 많아 직원이 배달 물건 적재가 오래 걸려 로봇을 뒤따르던 현장요원이 대신 물건을 받아 로봇 적재함에 넣었다.
적재가 끝난 로봇은 뒤를 돌아 인문관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길을 막자 로봇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피해 움직였고, 시민들은 놀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로봇이 인문관에 도착하자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메시지에서 적재함 열기 버튼을 누르자 로봇의 적재함이 열렸다. 비닐로 포장된 음료를 꺼내고, 안내대로 적재함을 닫자 로봇은 로봇스테이션으로 돌아갔다.
건국대 자율주행 배달로봇, 실증 현황은?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 체험을 마치고, 뉴빌리티의 대외협력팀 이성은 팀장에게 사업 현황에 대해 전화로 물었다.
건국대 배달로봇 서비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저녁 8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건국대에는 총 3대의 로봇이 배치돼있는데, 2대를 상시 운영하고 1대는 예비 로봇으로 로봇 고장이나 배달량 급증 시 투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로봇 3대를 동시에 운영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성은 팀장은 “6월 13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20건 내외로 배달이 이뤄져왔다.”라며 “하지만 서비스 자체를 기말고사 기간, 그리고 방학이 시작하는 시점에 시작해 교내에 머무는 인원이 많지 않아 배달 수요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직 평균값을 내기엔 시기 상조라는 말이었다.
로봇은 서비스 종료 후 건국대의 협조로 공학관으로 로봇을 옮겨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성은 팀장은 완충 후 8시간에서 10시간 주행이 가능해 현재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용화 시에는 장소를 옮겨서 로봇을 충전하는 것이 번거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실증 기간 동안 사무실에서 무선충전을 테스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이 배달하는 동안, 현장요원은 컨트롤러를 들고 로봇의 뒤를 따랐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이팀장은 “주행 경로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교 내부는 거의 자율주행으로 현장요원의 개입은 적다.”라며 “학교 밖처럼 차량이나 자전거, 사람이 많은 경우에 현장요원이 개입하게 되고, 횡단보도 등 길을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는 안전문제 때문에 멈춰서 현장요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라고 답했다. 로봇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현장요원이 판단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 주행 시 현장요원이 로봇 주변을 살피며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증 특례의 조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는 경우 서비스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방침 상 시간당 15mm 이상의 강수량일 때는 운영을 중단한다”라며 “하지만 현장에서 판단해 로봇이 주행하기 힘들 정도로 비가 강하게 내리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빗줄기가 거세지자, ‘기상 악화로 뉴비가 휴식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비스가 중단됐다.
겨울에도 실증테스트를 해봤냐고 묻자 이팀장은 “영하 15도까지 문제없이 작동했고, 눈 덮은 골프장의 노면도 무리 없이 주행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성은 팀장은 “실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11월 중순 이후 상용화에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자율주행 로봇 배달은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로봇은 시민들과 같이 인도를 공유해 주행하면서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로봇의 외형을 반겼고, 몇몇은 길을 돌아 로봇을 따라가며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로봇 배달이 활성화되면 배달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배달원들의 아슬아슬한 오토바이 주행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위협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심지어, 배기음을 튜닝해 귀가 따가울 정도의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일부 배달원까지 있다. 조용하고 안전한 로봇배달의 일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kde125@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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