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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수입국에서 '체화(體化)'국으로"… 韓 제조 0.1%의 반란 '피지컬 AI'

'2026 AX 이니셔티브'… "로봇 팔 아닌 조직문화 문제, 제조 언어 다시 써야"

한국 제조업이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인공지능(AI)이 데이터 분석을 넘어 로봇과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다. 20세기 후반 '기술을 들여오는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기술을 현장에 녹여내는 나라'로 진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한국무역협회(KITA)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를 열고, 0.1%에 불과한 국내 중소 제조업의 AI 도입 현실을 타개할 해법으로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기술 수입국에서 '체화(體化)'국으로"… 韓 제조 0.1%의 반란 '피지컬 AI' - 산업종합저널 로봇
한국무역협회가 17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0.1%'의 초라한 성적표… 기술 아닌 '구조'의 문제
피지컬 AI는 기계학습, 로봇, 디지털 트윈이 융합돼 공장을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두뇌'다. 인간 중심 생산 시스템이 데이터 중심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거대한 흐름이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무역협회와 고려대 융합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업의 AI 도입률은 0.1% 수준이다. 전문 인력의 대기업 쏠림, 고비용 구조, 'AI는 먼 나라 얘기'라는 심리적 장벽이 겹친 탓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조 현장에 필요한 고정밀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영재 교수와 이영환 센터장 등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에는 데이터 표준화, 공통 인터페이스 등 '기초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밀한 기술 언어와 산업 표준이 확립된 독일이나 일본과 달리, 기업마다 제각각인 데이터와 수작업 중심의 생산 체계가 AI 도입의 걸림돌이라는 진단이다.

검사 속도 2배·개발 주기 1/10… '미래'를 먼저 만난 기업들
척박한 환경에서도 '피지컬 AI'를 먼저 체화해 성과를 낸 기업들은 한국 제조업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기술 수입국에서 '체화(體化)'국으로"… 韓 제조 0.1%의 반란 '피지컬 AI' - 산업종합저널 로봇
생성형 AI 이미지

선박 기자재 기업 파나시아는 유리관 검사 자동화를 통해 검사 속도를 2배 높이고 불량 검출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 콘택트렌즈 제조사 인터로조는 AI 기반 물성 시뮬레이션으로 렌즈 개발 주기를 기존 대비 10분의 1로 단축하는 혁신을 이뤘다. 반도체 장비 리퍼비시 기업 서플러스글로벌 또한 AI 실증 적용을 통해 R&D 구조와 품질 보증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들이 증명한 것은 피지컬 AI가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제조업의 문법 자체를 새로 쓰는 도구라는 사실이다.

"로봇 팔 이전에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전문가들은 성공 사례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데이터 공동 활용 플랫폼과 산업별 레퍼런스 모델 구축 등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기업 AI 내재화 컨설팅과 선도기업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현장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조직의 언어로 번역하고 현장의 언어로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피지컬 AI는 제조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의 언어를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이다. 이 정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한국 제조의 다음 10년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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