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적 제조업인 인쇄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디지털 인쇄 설비를 활발히 도입하고, 사람이 필요한 여러 공정도 자동화 장비로 줄이는 추세다. 인쇄산업의 4차 산업혁명(Industry 4.0), ‘프린트 4.0’이 진행 중인 것이다.
변화하는 인쇄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K-PRINT 2023(이하 K-PRINT)’에서 살펴봤다.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이앤엑스 조준현 전시사업부 대리는 “인쇄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활발히 진행 중이고, 포장‧라벨‧사이니지‧텍스타일 등 상업용 인쇄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축소, 원가는 상승, 단가는 감소…돌파구는 ‘자동화, 효율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의 디지털화를 앞당기면서 인쇄업계가 큰 영향을 받았다. 조우현 일본 프린팅아카데미 교장은 'K-PRINT'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인쇄산업의 현황과 전망’ 컨퍼런스 자리에서 “일본 인쇄산업은 디지털화로 종이 사용량 자체가 줄어 1990~2000년대 전성기보다 출하액과 사업장 수가 50% 이상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인쇄산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에는 감소율이 줄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판 시장은 온라인으로 옮겨 갔지만, 씰‧라벨‧포장 등 상업용 인쇄가 급성장했다. ‘인쇄물’이 고객의 고민과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제품 PR 수단으로 변화한 것이다.
조우현 교장은 “지금까지의 인쇄는 단순히 인쇄해 납품하는 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고객과 함께 일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쇄업계가 디지털화,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유는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쇄 시장 규모는 줄었고, 생산 원가는 늘었고, 제품 단가는 감소했다.
수익을 올리려면 일을 많이 수주하거나 인쇄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쉽지 않다. 고객이 원하는 단가를 맞추지 않으면 일을 수주할 수 없어서다. 이익을 줄여 가며 일을 따오는 건 악순환이 될 뿐이다.
남은 수단은 생산성 향상뿐이다. 조 교장은 “원가는 올라가도 생산성은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자동화, 효율화를 추구하고, 장비 가동 및 진행 상황, 경영 상황을 데이터로 가시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자동화 활발하지만…“기술과 비즈니스 혁신 필요”
조우현 프린팅아카데미 교장은 “‘인쇄산업은 설비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최신 기계만 준비했다고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자동화 설비는 적정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출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명확히 판단하고, 개선 가능성과 물리적 한계를 파악해 가장 효율적인 설비를 들이는 것이다.
조우현 교장은 “하나의 공정을 한 번의 작업으로 완료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각 사의 공정, 시간, 인력을 면밀히 재검토해 생산성 향상, 제조 비용 최적화, 실수 손실 감소로 수익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품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상품, 가격, 지불 조건만 고려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에 제공할 인센티브와 품질 보증도 고민해야 한다. 조 교장은 “일반적인 제품을 사면 품질보증서가 들어 있듯, 인쇄산업도 마찬가지로 좋은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적시에 적정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와 노하우를 고민해 고객사와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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