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산업의 4차 산업혁명, 프린트 4.0이 진행되고 있다.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 중인 ‘K-PRINT 2023(이하 K-PRINT)’에서 변화하는 인쇄산업의 모습을 살펴봤다.
‘인쇄물’의 정의가 바뀌었다. 출판 시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포장‧라벨‧사이니지 등 상업용 인쇄가 성장하면서다. 인쇄물은 이제 ‘제품 PR 수단’이 됐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고객과 함께 일을 만드는 코디네이터로 변한 것이다.
인쇄 업체는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디지털 인쇄 기술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 인쇄는 제판과 사전 작업이 필요하지 않고, 부수에 맞춰 소량 생산해 효율성이 높다. 또한, 페이지마다 다른 내용을 인쇄하는 가변 데이터 인쇄(Variable Data Printing)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오프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 차이점은?
아날로그 인쇄와 디지털 인쇄의 가장 큰 차이는 ‘직접 인쇄’다. 디지털 인쇄는 용지에 직접 인쇄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인 ‘오프셋 인쇄’는 인쇄물을 찍어낼 판(스크린)을 먼저 만들고, 판에 잉크를 묻혀 용지에 인쇄한다. ‘판화’를 떠올리면 쉽다.
오프셋 인쇄 설비. 긴 유닛을 통과하며 인쇄된다.
오프셋 인쇄 방식을 확인해 봤다. 디자인에 맞는 판을 제작하고, 제작한 판을 설비 유닛에 장착한다. 잉크를 혼합해 각 유닛에 넣으면 준비가 끝난다. 종이가 유닛을 통과하며 색이 하나씩 입혀져 인쇄물이 나온다.
척 봐도 복잡하다. 업체 관계자는 “판 제작, 잉크 혼합 등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디지털 인쇄는 훨씬 간단하다. 제작한 디자인을 종이에 그대로 인쇄한다. 흔히 사용하는 사무용 프린터와 원리는 같다. 다만, 성능이 ‘매우’ 좋다.
디지털 인쇄로 뽑은 결과물. 다양한 이미지를 한 번에 출력했다.
디지털 라벨인쇄기를 전시한 딜리 관계자는 “이미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고, 속도도 빨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다른 종류의 이미지도 한 번에 뽑을 수 있어 다품종 생산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이 오프셋 못 이기는 이유, ‘품질’과 ‘대량 생산’
디지털 인쇄와 오프셋 인쇄의 차이를 살펴봤다. 필요할 때 필요한 부수를 빠르고 쉽게 인쇄하니 모든 면에서 우월해 보인다. 그런데 디지털 인쇄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품질’이다.
디지털 인쇄 기술이 발전을 거듭했지만 오프셋 인쇄의 품질은 아직 넘지 못했다. 오프셋은 색조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보다 디테일한 인쇄가 가능하다. 대량 인쇄가 저렴한 장점도 있다. 설정은 어렵지만 준비만 마치면 고품질 인쇄물을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인쇄 부수가 500~1천 부 이상이 되면 오프셋이 디지털보다 저렴해진다. 오프셋은 고품질 대량 인쇄 시장을, 디지털은 다품종 소량 인쇄 시장을 각각 점유하는 것이다.
경쟁 관계가 아니어서인지 K-PRINT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은 서로를 변호했다. 디지털 관계자는 “품질은 오프셋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오프셋 관계자는 “전문 인력 찾기도 점점 어렵고, 결국 인쇄업계가 갈 길은 디지털이다”라고 말했다.
오프셋과 디지털. 인쇄업계는 무엇을 택해야 할까.
오프셋 대 디지털. 답은 ‘둘 다’
답은 간단했다. 둘 다 하는 것이다. 조우현 일본 프린팅아카데미 교장은 “모든 인쇄기가 디지털로 넘어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오프셋 시장이 많이 줄긴 했지만 급격히 줄어들진 않았고, 디지털 시장 성장도 주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쇄업계는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소량, 다품종, 단납기에 대응해야 한다. 조우현 교장은 “오프셋 인쇄 생산 환경에 디지털 인쇄의 장점을 조화해 전체 최적화를 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인쇄기술 자체도 결합되고 있다. 오프셋 인쇄는 소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인쇄는 고기능화로 개발되고 있다. 인쇄 수량에 따라 나뉘었던 시장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조 교장은 “앞으로 10년 내에 인쇄업계의 오프셋, 디지털 인쇄 융합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PRINT 4.0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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