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소음은 거주자의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다. 한 장의 벽이나 바닥을 사이에 두고 여러 세대가 생활하기 때문에 그 소음원도 다양한데, 그 중 물을 사용해 발생하는 ‘급배수소음’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급배수소음은 경우에 따라 강도가 다르고 때로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이 조용한 야간이나 새벽에는 동일한 소음도 크게 들리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소음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소음 저감 요구도 커지면서 배관설비 업계는 ‘소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배관설비 업계의 소음 저감 노력을 지난 12일 폐막한 ‘대한민국 기계설비전시회 2023(HVAC KOREA 2023, 이하 전시회)’에서 찾아봤다. 지하의 급수펌프부터 세대 내 욕실 배관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다.
진동 소음 유발하는 급수펌프, 방진방음 설비로 조절
공동주택의 지하 혹은 1층에 자리한 기계실에는 상수도관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급수펌프가 있다. 한국방진방음(주)는 진동소음이 발생하는 기계실, 소화배관, 에어컨 실외기 등에 적용하는 방진방음 설비를 전시했다.
급수펌프 자체는 지하에 있어 직접적인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문제는 진동 소음이다. 펌프의 진동으로 벽이 흔들리면 ‘우-웅’하고 울리는 소음이 벽을 따라 발생하는데, 이를 ‘구조체 소음’이라고 한다.
한국방진방음 관계자는 “방진설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기계실이 지하 3, 4층에 있어도 지상 층까지 소음이 전달된다”면서, “급수펌프와 배관 가대에 방진 스프링, 고무 마운트를 설치해 진동과 소음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수압 줄여 세대 전달하는 감압밸브, 다단식 밸브로 캐비테이션 줄여
급수펌프로 끌어올린 물은 각 세대로 직접 전달할 수 없다. 펌프의 수압이 매우 강해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대로 물을 전달할 때는 ‘감압밸브’를 통해 수압을 낮추고, 적정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다단식 감압밸브’를 소개한 삼양발브종합메이커(이하 삼양발브) 관계자는 “건물이 고층화됨에 따라 물을 끌어올리는 급수펌프의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한 번에 감압시키면 급격한 압력 차이로 액체 속 공기가 기포 형태로 분리되는 ‘캐비테이션(Cavitation,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배관의 물속에 빈 공간이 생긴다. 그 공동에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고, 내부 침식을 일으켜 교체 및 유지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삼양발브 관계자는 “감압밸브는 보통 1층 혹은 지하의 아파트 계량기에 달려 있지만, 소음이 발생할 경우 온 건물을 타고 올라가게 된다”면서, “감압밸브를 여러 개 사용하는 ‘다단식 감압밸브’는 수압을 단계적으로 낮춰 캐비테이션을 줄인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공동주택 급배수관 소음과의 전쟁②]세대 내부 배관’으로 이어집니다
storyta1@industryjournal.co.kr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