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지난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법정 공방 도중 세상을 떠난 사건을 기점으로,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콘텐츠 산업 내 불공정 관행을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다. ‘검정고무신법’이라고도 불린다.
문화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통해 공정한 유통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규모의 문화콘텐츠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일부 산업계·기업계 관계자들은 본 법률안에 대한 한계와 문제를 지적하며, 법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
문화산업 특수성 반영하지 못한 일원화된 법률
“본 법률안은 문화산업의 각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하나의 규제로 획일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에서 웨이브 노동환 리더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문화 콘텐츠 시장은 영상, 게임, 웹툰 등 각 상품에 대한 특성이 존재하는데, 각각의 문화상품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본 법률안이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환 리더는 “문화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적용 대상에 대한 형평성으로 제고해야 하며, 개별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통합한 일반법을 제정할 시, 보다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충분한 이해관계자 간 의견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얽힌 문화산업, 유기적 관계 유지해야…
문화산업 관련 정책 수립은 정부, 기업, 창작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상생 협력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것이다. 문화산업은 정부, 기업, 창작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판단과 결정에 대한 무게가 한쪽에 지나치게 기울어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웹툰 산업의 경우,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에 비해 유난히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과거 1인 작업의 창작 시스템으로 진행되면서, 창작자에 대한 역할이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가려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창작자의 역할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웹툰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 또한 가볍게 여겨선 안되며, 작가, 기업, 독자에 대한 관계가 상하 지위가 아닌 유기적 관계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말이다.
그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 협력은 콘텐츠 산업에 포함되는 모든 대상을 위한 목적이 돼야 하며 ‘어느 한쪽으로부터 다른 한쪽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지면 오히려 상생 협력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가 말하는 상생 협력의 첫 단추는 ‘규제완화’다. 정부는 문화산업 관련 규제보다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포커싱을 둬야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후생만 떨어트리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
현재 정부와 국회는 문화콘텐츠 유통시장에 표준 계약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컨슈머워치 곽은경 사무총장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창작자와 유통 업체 간 계약에 관여하려 하지만, 이는 소비자 후생만 떨어트린다고 주장했다.
유통 업체 입장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계약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계약에 따른 의무조항들이 늘어나다 보면, 유통기업들은 계약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수익이 보장되는 창작자와 계약만을 선호하게 된다. 이에 신규 창작자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창작자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발생시키고 소비자 소생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곽 사무총장은 “법이 추구하는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 선택 권한을 강화해서 문화콘텐츠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엔 소비자가 지갑을 안 열면 어떤 기업 및 창작자도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제도 도입 시 소비자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전반적으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윤양수 콘텐츠정책국장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시장실패에 대한 조치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 국장은 “문화콘텐츠 시장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각자 ‘어떠한 법을 만들어달라’, ‘만들면 안된다’ 라는 상충된 요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중립적·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관련된 여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본 법안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부처 협의를 여러 번 진행해왔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법을 아예 만들지 말라는 입장인데, 타협의 여지도 없애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화산업의 각 업계 파트별로 우려사항이 무엇인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건지 등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며 내부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면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문화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선 안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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