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기획] "송금 6%→1%"… 무역결제 판 흔드는 스테이블코인, 각국 '제도화 속도전'

韓 무역협회 "법적 지위 부재 시급… 외환·관세 규제 명확히 연계해야"

'수수료 1% 이하, 결제 시간 수분 이내.'
국경 간 무역결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달러 등 법정통화에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기존의 복잡한 중개은행망을 대체하며,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은 통화주권을 지키면서 혁신을 수용하기 위한 '제도화 속도전'에 돌입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결제는 기존 국제 송금 평균 수수료를 6% 수준에서 1% 이하로 낮추고, 결제 시간 역시 수일 단위에서 실시간 또는 수분 이내로 단축시킨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신흥국 거래에서 대금 회수 지연을 줄여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기획] "송금 6%→1%"… 무역결제 판 흔드는 스테이블코인, 각국 '제도화 속도전'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산업종합저널 그래픽 = AI 활용

기존 무역결제가 중개은행과 결제망, 외환보고 체계를 거쳤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P2P 직접 결제로 대체된다. 이는 은행의 역할을 지급보증자에서 규제관리자나 기술지원자로 바꾸는 구조 재편을 동반한다.

연 4조 달러 시장 '성큼'… 뒤처진 제도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2023년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무역거래와 송금 시장에서 빠르게 제도권 경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연간 4조 달러 규모에 육박하며, 전체 온체인 자산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송금 시장에서는 전체 거래의 2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같은 확산 속도와 달리, 제도화는 한참 뒤처져 있다. 한국 역시 외국환거래법과 대외무역법에 디지털 결제수단에 대한 정의가 없어,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계약상 효력, 외환신고 의무 여부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무협은 "‘디지털 결제수단을 이용한 수출입거래’를 법제화하고, 외환·관세·자금세탁 관련 규제를 명확히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美·EU 입법 완료… 韓 '디지털자산법' 추진
국제 규제 환경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을 규율하는 포괄적 입법안('GENIUS Act')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MiCA(Markets in Crypto-Assets)를 통해 발행자 요건과 준비자산, 감독 체계를 마련했다. 일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도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시범거래와 결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앞세워 경쟁 노선을 택했다.

한국은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에 이어, 올해부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감독을 포함하는 '디지털자산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발행요건과 담보자산 기준, 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 제도권 편입을 유도한다는 입장이지만, 외환신고, 자금세탁 방지, 금융안정성 등 쟁점에 대한 부처 간 조율이 과제로 남아있다.

리스크 혹은 안정성… "제도화 속도가 관건"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오히려 금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 자산을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 은행보다 유동성 위험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발행자의 파산 가능성, 준비금 투명성, '코인런' 발생 시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경제산업 구조와 정책 대응이 맞물린 지점에 놓이면서,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각국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대상 시범사업 확대와 실증기반 마련을 통해 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힘을 얻고 있다.


0 / 1000


많이 본 뉴스

[심층기획] 인간의 형상에 지능을 심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라스트 마일’을 뚫다

인간의 실루엣을 닮은 강철의 존재들이 실험실의 문을 열고 거친 산업 현장의 최전선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상과학의 전유물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AI)이라는 두뇌와 정교한 센서라는 감각 기관을 장착하며 이제 산업 혁신의 실질적인 동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2026년 현재,

[이슈 기획] AI가 흔드는 반도체 제조, 누가 살아남을까

AI 시대, 미세공정만으론 버티기 어려운 구도 AI 수요 확대는 반도체 제조의 설계와 생산 방식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공정과 후공정이 비교적 분리된 분업 구조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칩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정 전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이슈기획] "기계가 스스로 고장 막는다"… 2025년 덮친 AI 스마트 공장 혁명

2025년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 생태계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엔진을 장착하고 완전히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람의 개입 없이 기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불량률을 통제하고 멈춤 없는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궁극의 스마트 공장 시대가 닻을 올렸다. 사물인터넷 융

[기획] 한미 FTA 무관세 체제 종료…15% 상호관세, 산업계 ‘직격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달부터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일괄 15% 상호관세를 도입하면서, 2012년 발효 이후 지속돼온 ‘무관세 프리미엄’ 체제는 막을 내렸다.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주력 수출 업종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산업계는 현지화 확대와 외교적 대응을

[기획] ‘신중 속 선택적 확장’…2026년 기업 투자·경영 전략의 두 얼굴

2026년을 맞이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 글로벌 통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확장’보다는 ‘유지’, ‘보수’보다는 ‘선택적 전진’을 택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산업별·기업규모별로 온도차가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