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사진·경남 김해시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29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에 관한 특별법’, 일명 ‘에너지고속도로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에너지고속도로법’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전력망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3년 기준 9%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OECD평균 34%) 심지어 원전 비중이 70%가 넘는 프랑스(27.4%)나 OECD국가가 아닌 중국(29.4%)과도 3배 차이가 나고, 상황이 비슷한 일본(23.5%)에도 크게 못미친다.(출처:Enerdata)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력망이 부족하다며 지난 6월 호남지역과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재생에너지 발전소 신규허가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는 2031년까지 보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RE100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등극하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국가의 경쟁력의 핵심조건이 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 증설에 이어 재생에너지 신규허가를 전면 중단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실제 전라도와 제주도 등지에서 추진 중인 수십GW 규모의 해상풍력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단 평가도 나온다.

김정호 의원이 발의한 ‘에너지고속도로법’은 전력망 건설의 책임을 한국전력공사에서 정부로 전환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해 전력망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전력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절차, 토지보상, 주민지원 사업 절차를 개선해 신속하게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 주도로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눈에 띄는 점은 전력망 건설의 우선 순위를 재생에너지로 규정한 조항이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다른 전력망특별법들은 별도로 전력망 건설의 우선 순위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정호 의원 법안은 국가기간전력망 설비를 지정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전력망 기본계획 수립은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의 법적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우선 적용 조항이 없을 경우 전력망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동해안의 대형 석탄화력발전이나 경북쪽에 건설하는 원전을 위한 전력망에 우선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호 의원의 ‘에너지고속도로법’은 재생망 투자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과 원전 중심의 장거리 송․배전망을 분산형 재생에너지 전력망체계로 전환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의원은 “3년간 한전의 누적적자가 43조원을 넘고 기업채무가 200조원이 넘어 송전망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면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게 전력망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 ESG경영 의무화 등 급변하는 국제적 통상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범 정부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우선 연결을 조건으로 ‘국가 기간전력망 특별법’을 통과시켜 김대중 정부의 ‘정보화고속도로’처럼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해 탄소중립 기반을 구축하고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