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과 해외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의 고환율 지속 우려 속에서, '환율 리스크'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바이오 원료수입·해외임상에 이중고,
철강·석화·정유업황 부진 위 고환율 덮쳐 채산성 우려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수출을 주도하는 바이오시밀러·위탁개발생산 업체는 환율 효과가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원료의약품 및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가 상승과 해외 임상비용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高환율 산업기상도: 최근 고환율 기조가 주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고환율의 긍?부정 요인을 종합해 기상도로 표현)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와 높은 원자재 수입비중으로 어려움이 많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요산업 부진과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로 환율 상승 혜택이 제한적이다"며, "철광석, 연료탄 등 주요 원자재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자재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가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환율 상승이 석유화학 매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나, 공급과잉 등 업황 부진으로 환율 상승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유업계는 경기 부진과 수출경쟁 심화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환율이 채산성 악화와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환차손이 발생할 경우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설비 가동률과 투자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원가 부담 더해 해외공장 투자 많아 어려움 가중
반도체 산업은 고환율로 인한 제조 원가와 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고종완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달러 결제 비중도 높아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면서도 "국산화율이 낮고 해외 투자 비중이 커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상의·업종별협회가 꼽은 고환율 기조의 산업별 긍·부정 요인
배터리 산업 역시 해외 투자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로 인해 시설 투자비와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한국배터리협회 김승태 정책지원실장은 "시설 투자와 수입 원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광물과 배터리의 판매 가격을 연동하는 계약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해외 공장 설비 투자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구매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증가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졌다"며, "수출량 변동이 적어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고환율 기조는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선·자동차·기계 수출 비중 커 환율상승 수혜 기대되나, 장기화시 원가 상승·수요 위축 우려
고환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된 산업은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이었다. 조선업은 수출 비중이 크고, 선박 인도 시 환율 상승 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일부 조선사는 환헤지 비중 차이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LNG운반선 핵심설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부 완성차의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되지만, 고환율 장기화 시 원가 상승과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춘 기업이 많지만, 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가 내수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계산업은 수출 중심으로 원자재 의존도가 낮아 고환율 상승의 이익을 기대했으나, 지속될 경우 원자재 조달비 증가와 투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밝혔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본부장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헤지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환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와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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