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의 전기요금 단위: 원/kWh(출처=한국전력 재가공, 중국은 statista)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전력 조달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 10곳 중 4곳이 자가발전소 구축이나 전력 도매시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업 절반 이상은 높은 전기요금이 국내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AI 및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비해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4%에 달했으며,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 대응책이 없다는 기업도 74%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상, 기업들의 전력 조달 전략 변화 유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요금과 전력 시스템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자가발전소를 구축하거나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기업이 39.4%에 달했다. 이 가운데 11.7%는 즉각적인 실행 의사가 있으며, 27.7%는 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기존 한전 전력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60.6%였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2024년 12월까지 227% 상승해 같은 기간 42% 인상된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전력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 필요성 대두… 공급 안정성이 핵심
AI 및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4.3%가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에 동의했으며, 지역 내 전력 직접 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공급 안정성’(49.3%)을 꼽았다. 이어 ‘판매 가격’(39.3%), ‘에너지원의 친환경성’(9.7%), ‘계약 기간’(1.7%) 순으로 응답했다.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4.7%에 달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주요국들은 AI 및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부담 증가… 국내 투자 재검토 가능성도 확대
높아진 전기요금 부담지속시 새로운 전력조달 계획여부 응답 기업의 78.7%는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고 답했으며, 이 중 46.4%는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은 79.7%에 달했으며,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에서 부담이 더 컸다.
석유화학업체 A사는 “중국 저가 공세로 인해 판매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력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철강업체 B사는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하며, 지난해 4분기 요금 인상으로 영업이익의 80%에 해당하는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기업이 53.0%에 달했다. 또한, 전기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19%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대응책이 없다는 기업이 74%에 달했다. 대응책이 있다고 답한 기업(26.0%)은 △에너지 절약(55.1%) △설비 교체 및 효율 투자(50.0%) △자가 발전(37.2%)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해 기업들은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46.3%)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으며, ‘전기요금 조정 방향을 사전에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22.3%),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21.7%), ‘독립된 가격 결정 기구를 설치해 요금 조정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9.7%)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전력 시장 개편 필요성 대두… 저비용 에너지원 확대 요구
기업들은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저비용 에너지원 확대’(71.0%)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에너지 효율 시설에 대한 자금 지원 및 세액 공제 확대’(51.7%), ‘요금제 다양화 등 소비자 선택권 확대’(43.3%),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을 통한 전력망 투자 부담 완화’(23.0%)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력 시장 개편에 대해서는 ‘현 체제는 대응에 한계가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5.3%로 나타났으며,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4.7%였다.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지방 이전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 제공’(29.7%)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지역별 전력 판매 요금 차등화’(22.0%), ‘AI 기반 전력망 기술 도입’(19.0%), ‘망 중립성 보장’(15.0%), ‘ESS 설치 및 가상발전소(VPP) 사업 활성화’(14.3%)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한국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 전력 시장이 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첨단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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