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트럼프 2기, 미중 수출통제 강화에 국내 공급망 위기감 고조

미국 전방위 제재에 중국 광물 통제 맞불… 한국 기업, 수급 불확실성 속 대응 역량 시험대

올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컴퓨터 등 핵심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통제를 확대하며 글로벌 통상질서에 중대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양국 간 갈등에 그치지 않고, 제3국 기업들까지 포함하는 전방위 규제로 번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텅스텐과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을 무기화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리스크 대응에 본격 나서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트럼프 2기, 미중 수출통제 강화에 국내 공급망 위기감 고조 - 산업종합저널 동향

미국의 첨단기술 견제 본격화, 중국은 전략광물로 반격
미국은 트럼프 1기 당시 제정된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바탕으로 수출관리규정(EAR)을 통해 기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하면서, 미국 기술을 활용한 해외 제품까지 미국의 수출통제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조치는 2020년 화웨이 제재를 기점으로 적용됐으며, 2025년 3월에는 중국과 대만 기업 12개사를 대상으로 추가 제재가 단행되었다.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같은 해 3월 28일, 중국 인공지능·슈퍼컴퓨터 업체와 이란, 파키스탄, UAE 관련 기업 총 80여 곳을 거래제한목록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자국 핵심광물 수출통제에 나섰다. 2023년 흑연 수출 통제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텅스텐, 몰리브덴, 희토류 등 12개 광물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시행했다. 중국은 희토류 글로벌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자국 내 정제설비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분석(미국지질조사국, 2024년 기준)에 따라 해당 조치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또한 2025년 3월부터 발효된 ‘반외국제재법’ 시행규정은 외국 기업이 미국 등 제재국과 협력할 경우, 중국 내 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공급망 구조에 드리운 그림자
한국은 중국산 전략광물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갖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희토류 수입의 약 80%는 중국산이며, 텅스텐은 84.4%, 몰리브덴은 65.3%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통제 조치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함께 직접적인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 산업군은 이러한 자원에 기반하고 있어, 공급망 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일부 품목은 대체 조달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텔루륨은 캐나다, 인듐은 일본 및 벨기에 등으로부터 수입이 가능하며, 국내에서도 일부 생산 기반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희토류와 텅스텐과 같이 특정 국가에 편중된 품목은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2기, 미중 수출통제 강화에 국내 공급망 위기감 고조 - 산업종합저널 동향

기업 인식과 대응 실태: 중소기업이 더 취약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25년 4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제조기업의 52.3%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55.8%가 아직 뚜렷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2차전지(67.4%), 철강(58.9%), 기계(54.2%) 순으로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증가(63.4%)와 공급 불확실성(42.2%)이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위기 인식(79.6%)은 중국의 수출통제(42.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조달처 다변화에 실패한 기업일수록 리스크에 취약했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수급처 다변화(64.7%)와 정책 금융지원 확대(60.0%)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기업 공동대응 전략 시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K-배터리 사례처럼 해외 자원국과의 협력모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SK온은 2024년 호주 레이크리소스와 장기 리튬 공급계약(23만 톤)을 체결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레이크 등과 리튬·코발트 공급 협약을 맺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 채굴권을 기반으로 이차전지용 수산화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법제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전략광물 확보에 관한 입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산업부는 2025년부터 ‘공급망 안정화기금’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으며, 해당 기금은 고위험 기업에 우선 배정되는 패스트트랙 심사제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미중 간 역외 규제 충돌에 대비한 국내 보호 장치도 시급하다. 유럽연합은 1996년 제정된 ‘Blocking Statute’를 통해 자국 기업의 미국 제재 이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도 산업안보 중심의 법제화를 통해 외국 제재 준수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 손해보상체계, 기업보호명령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탈중국 넘어 다극화 대응 전략 필요
공급망 리스크는 특정 광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 인력, 통상, 법률 리스크가 중첩되는 가운데, 기업은 단일 공급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다극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조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역시 단기 대응을 넘어선 중장기 전략 수립과 법적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2기와 중국의 수출통제는 한국 기업의 공급망 체질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적 대응이 시급하다.


0 / 1000


많이 본 뉴스

불필요한 소비를 멈춘 '요노(YONO)' 트렌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트렌드다. 이 트렌드는 말 그대로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의미로,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현명한 소비 행태를 가리킨다. 경제 불안과

2025년 소비 시장 5대 키워드 'S.N.A.K.E' 제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025년 소비 시장을 이끌 5대 키워드로 ‘S.N.A.K.E’를 선정하며, 경기 둔화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통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7일 발표한 ‘2025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S.N.A.K.E(Survival, Next

이차전지 제조장비, 차세대 기술로 2030년 50조 원 시장 전망

이차전지 제조장비 산업이 2030년까지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건식 전극 공정과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관련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최근 발간한 ‘기계

DPP 도입, 국내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

2027년부터 EU가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를 순차적으로 의무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EU 디지털제품여권(DPP) 동향 및 GS1 국제표준 기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DPP 정책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제품여권(DP

4대 키워드로 본 일본 소비시장 트렌드와 한국 소비재

일본 소비시장이 실용과 경험, 몰입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24일 일본 소비시장 동향 및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 소비재 기업에 잠재적 기회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엔바운드(엔저로 인한 방일 외국인 소비 증가),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