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선호, 연봉 미스매치, 지역 인식 변화라는 키워드로 요약된 이번 대한상의 채용시장 분석 결과는 오늘날 청년 세대의 고용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매우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채용이 더 이상 ‘성장 가능성’보다는 ‘즉시 전력감’에 집중되고 있으며,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의 정서도 그만큼 날카롭다.
신입을 위한 일자리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경력직 우대’는 어느새 채용 공고의 상식이 됐고, 채용 플랫폼에 실린 채용공고 14만 4천181건 중 신입만을 원하는 기업은 겨우 2.6%에 불과했다는 수치는 비현실적인 수준이다. 이 수치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졸자 절반 이상이 ‘경력 중심 채용’을 주요 취업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직무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는 대목은, 기업과 교육기관, 정책이 청년을 위한 최소한의 징검다리조차 놓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경험이 없으니 채용되지 않고, 채용되지 않으니 경험이 쌓이지 않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
연봉 미스매치는 그저 ‘희망과 현실의 괴리’로 볼 수 없다. 대졸자의 희망 연봉은 4천23만원, 기업의 평균 제시 연봉은 3천708만원으로 315만원의 격차가 있다. 이 격차는 돈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청년들이 감내하는 상대적 박탈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사회적 기회에 대한 기대와 체념 사이의 간극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희망하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선호도는 여전히 낮다. 이는 단순한 눈높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커리어 성장 가능성과 삶의 질에 대한 본능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청년이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수도권 취업에 대한 태도 변화는 다소 희망적인 신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기회의 상실’이 불러온 체념의 변형일 뿐이다. 수도권의 일자리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면 청년들이 비수도권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게 되는 것일까. 그 조건으로 제시된 것이 ‘높은 연봉’, ‘복지’, ‘워라밸’이라는 점은 결국 수도권 못지않은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이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오늘날의 채용 시장은 더 이상 청년에게 공정하지 않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졸업장을 손에 쥐었어도 시작선조차 제대로 서보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기업이 ‘효율’을 말하는 사이, 사회는 가장 젊은 세대에게 ‘생존’을 강요하고 있다.
경험을 쌓기 위한 기회는 제도적으로 확장돼야 하며, 인턴십이나 현장 실습이 실질적인 직무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채용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중계 기능을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실질적인 연결을 꾀해야 하고, 정부는 메가 샌드박스를 통해 지방에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청년이 '원해서' 비수도권에 가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갈 데가 없어서' 지방을 택하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정책이 ‘청년을 위한 것’이라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청년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성찰하는 일이다. 변화의 책임은 늘 ‘젊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가 스스로 묻고 대답해야 할 차례다. 우리는 정말 청년에게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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