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메타버스 기술의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SO/IEC JTC 1/SC 6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메타버스 자문그룹이 신설됐으며, 의장으로 ETRI 현욱 책임연구원이 선임됐다.
신설된 자문그룹은 메타버스 통신기술 전반에 걸친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로, 국제 표준화 과제 발굴, 기술 우선순위 설정, 표준 로드맵 수립, 타 기구와의 협력 방안 마련 등을 총괄한다.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기술표준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ETRI 연구진이 메타버스 캐릭터 동기화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 표준화 연구의 핵심인 상호운용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국제표준 리더십 가시화… 한국이 의장국 역할 확대
현욱 책임연구원은 ITU-T 스터디그룹(SG) 21 내 메타버스·멀티미디어 프레임워크 분야의 부라포처(Rapporteur)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제 메타버스 표준화 전략 수립을 주도하게 된다.
이 회의는 2024년 JTC 1 총회에서 SC 6 의장으로 선임된 강신각 책임연구원이 처음으로 의장직을 수행한 자리이기도 하다. 강 책임은 ITU-T 메타버스 포커스그룹(FG-MV), 공동조정활동(JCA-MV), SG21 메타버스 작업반 등 다양한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의장을 역임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아 왔다.
표준화 프로세스 개선 성과도 도출
한국이 주도한 ‘표준화 모범사례 개발 애드혹 그룹(AHG-BP)’에서 작성한 사전표준화 연구보고서 가이드 문서가 공식 채택됐다. 이는 SC 6의 표준화 품질과 일관성을 향상시킬 제도적 성과로 평가된다.
ISO/IEC JTC 1은 정보기술(IT) 분야의 국제표준화를 담당하는 ISO와 IEC의 공동 기술위원회로, SC 6은 시스템 간 통신 및 정보교환 분야를 담당한다. 주요 표준 영역에는 근접통신(NFC), 디렉터리 서비스, 무인기 통신 등이 포함된다.

ISOIEC JTC 1SC 6 국제표준화 회의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 협력 확장… 민간 기술 경쟁력 확보 기반 마련
ETRI는 자문그룹 신설 외에도 2022년부터 ITU-T 메타버스 포커스그룹 의장국으로서 총 52건의 사전표준화 문서를 개발해 왔다. 2025년부터는 새롭게 출범한 ITU-T 공동조정활동(JCA-MV)의 의장국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승윤 ETRI 표준연구본부장은 “메타버스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와 자문그룹 신설은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를 체계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계기”라며 “선행 연구 기반의 표준 전략으로 신산업 분야의 시장 선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대응 본격화…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플랫폼
팬데믹 이후 불확실한 흐름을 겪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은 여전히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엔비디아, 메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산업 재편이 본격화되는 전형적인 신흥 시장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은 2024년 1천54억 달러에서 연평균 46.4% 성장해 2030년에는 9천366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디지털 자산, 몰입형 콘텐츠 확산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제조·교육·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확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ETRI는 앞으로도 메타버스 플랫폼 간 연동, 가상융합 서비스 상호운용성 확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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