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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컨베이어 벨트 앞의 삼십 년

기계보다 느려진 몸, 그러나 더 정확한 몸의 기억

[산업톺아보기] 컨베이어 벨트 앞의 삼십 년 - 산업종합저널 동향

점심시간이 끝나면, 컨베이어 벨트는 다시 움직인다. 정해진 리듬, 정해진 속도. 그런데 그 벨트 앞에 선 남자는, 그 리듬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삼십 년을 그랬다.

처음 공장에 들어왔을 땐, 기계보다 사람이 더 빨랐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눈이 따라가고, 기계는 그 다음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기계가 먼저 움직이고, 그는 따라간다. 늦지 않게, 빠르지 않게. 딱 그만큼만.

삼십 년 동안 해온 일이라 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쉽게 일한 적이 없다. 손끝이 닿는 부품 하나하나, 무게를 다 알고 있었다. 어디에 흠이 나기 쉬운지, 어느 타이밍에 기계가 멈출지, 그는 말하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정년도 지났고, 후배도 많고, 세상도 바뀌었고. 하지만 그는 공장으로 다시 들어왔다. 퇴직 후 몇 달, 집에 앉아 있던 시간보다 이 기계 옆에 서 있는 지금이 훨씬 덜 아팠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아무도 정년을 묻지 않았다. 필요하면 부르고, 할 수 있으면 나왔다. 재고용이라는 말 대신 '다시 일하신대요'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웠다. 계약서 없이도 약속처럼 출근했다. 서로 알고 있었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동시에 얼마나 귀중한지.

공장은 조용하지 않다. 기계는 시끄럽고, 에어컴프레서는 쉼 없이 돌아간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 속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은 그였다. 묵묵히, 정확히, 그리고 천천히 늙어가고 있었다.

이 공장은 언젠가 자동화될 것이다. 사람 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그 손이, 그 눈이, 그 기억이 필요하다. 단지 누구도 그것을 크게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는 내일도 같은 자리에 설 것이다. 그것이 일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삼십 년이 더해졌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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