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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기_협상의 기술과 현실"

"완벽한 '동등'은 환상, 현실적 '이득'이 답이다"

[데스크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기_협상의 기술과 현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협상이란 본래 각자의 셈법이 엇갈리는 자리이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린다. ‘동등한 조건’이라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겉으로는 모두가 만족한 듯 보이지만, 누가 더 많은 것을 얻었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 간의 통상 합의는 언제나 그런 식이다. 복잡한 계산 끝에 손을 맞잡고 나면, 남는 건 웃는 얼굴과 조용한 셈법뿐이다. 한미 관세협정도 그러한 교환의 산물이다.

관세 10%포인트 인하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줄어들면서 수출의 숨통이 트였다. 우리 수출의 약 19%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이 변화는 생존과 확장 사이의 경계를 뒤흔드는 조정이었다. 일본과 EU 등 경쟁국들이 이미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상황에서, 만약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면 우리는 뒤처진 자리에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 불확실성을 걷어낸 것만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다.

물론 얻은 게 있다면 건넨 것도 있다. 조선 협력 펀드 1,500억 달러, 전략산업을 겨냥한 2,000억 달러 투자, 여기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까지 약속했다. 얼핏 보면 우리가 더 많은 부담을 안은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시장 진입권을 사는 방식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미국 안에서 더 넓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돈을 썼지만, 그보다 큰 기회를 샀다.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었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의 꿈을 굳히고, 우리는 공급망과 수출 기반을 재정비했다. 양측의 전략이 맞닿은 지점에서 성사된 이번 합의는 단순한 양보의 결과가 아니라, 서로의 현실적 이해가 정확히 교차한 접점이었다. ‘동등’이라는 표현이 완벽하게 정확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이득을 분명히 확보했다는 점에서 외교의 기술이 작동한 셈이다.

물론 완벽한 균형이란 없다. 국제 관계에서 ‘진짜’ 동등한 교환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서로의 필요를 인정하고,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주저앉지 않을 조건을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합의란 언제나 현실을 직시한 낙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낙관이 정당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수출 현장에서 마주칠 기업들의 표정이 가장 먼저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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