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체납자 절반, 10년 이상 장기체납…체납액 1조 원 넘어

관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중 절반 이상이 10년 넘는 장기체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단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가까워졌지만 체납 장기화가 고착화되면서 실효성을 높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관세 고액·상습체납자 공개 대상은 224명, 체납액은 총 1조 2천671억 원에 달했다.


체납 기간별로는 10년 이상 장기체납자가 122명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20년 이상 체납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0년 이상~15년 미만 체납자 74명의 체납액이 1조 174억 원에 달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체납 건수별로는 100건 이상 체납자가 61명(27%)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체납액은 9천675억 원으로 전체의 76%에 이른다.

개별 사례를 보면, 최고금액 체납자는 일명 '참깨왕'으로 불리는 70대 참깨 수입업자 장 모씨다. 체납액은 4천483억 원에 달한다. 2020년 관세청 체납추적팀이 거주지를 급습해 23억 원을 압류했지만, 나머지 세금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장씨의 동업자 역시 고액체납자로, 올해 1월 법원의 인용으로 관세청이 신청한 30일간의 감치가 집행됐다. 이는 관세 체납자에 대한 첫 감치 사례로 기록됐다.

최다 건수 체납자는 40대 홍 모씨다. 헬스보충제 관세포탈 추징세액 등을 포함해 2008년부터 체납 건수가 2만1천445건에 이르며, 체납액은 11억 원이다. 최장기간 체납자는 70대 권 모씨로, 2003년부터 20년 넘게 자전거부품 관세포탈 추징세액 11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이들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출국금지 26건, 신용정보 제공 41건, 감치 1건 등을 집행했으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현장 추적 33건, 재산 압류 328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단공개 이후 실제 자진 납부로 이어진 사례는 매년 수십 건, 수십억 원에 불과해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관세 고액·상습체납자의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20년 이상 체납을 이어가고 있다"며 "명단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자진 납부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국금지, 신용정보 제공, 감치 집행 등 기존 제재수단을 강화하고, 장기·악성 체납자의 은닉재산 추적과 환수 방안을 한층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체납자의 자진 납부를 유도하기 위해 2007년부터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관세 및 관련 내국세 2억 원 이상을 체납한 경우 인적사항을 공개한다. 다만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최근 2년간 체납액의 50% 이상을 납부한 경우는 명단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