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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게임결제까지…

정부 예산 1조5천억 풀렸지만… 정책 본래 취지 흔들리나

“소상공인 고정비 경감을 위한 정부 예산이 게임 결제에도 쓰이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한 정책 실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시을)이 지적한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의 현실이다. 크레딧 예산이 90% 이상 소진된 상황에서, 일부는 게임·콘텐츠 결제에 사용되는 등 사업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김정호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올해 총 1조 5,66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소상공인 1인당 50만 원씩 지원되는 구조로, 10월 15일 기준 총 335만 건이 접수되었고, 지급액은 약 1조 4,528억 원으로 예산의 92.8%가 이미 소진됐다. 같은 시점 기준 실제 사용금액은 1조 982억 원에 달한다.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게임결제까지… - 산업종합저널 정책

이 사업은 원래 소상공인의 고정비용을 줄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초기에 전기·수도·가스요금, 4대 보험료 등 7개 항목만 지원 대상이었지만, 지난 8월부터 통신비와 차량 연료비가 추가되며 9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항목이 늘자 사용량도 급증했다. 김 의원실이 공개한 월별 사용내역에 따르면 7월 사용액은 1,021억 원이었지만, 8월에는 4,524억 원으로 폭증했고 9월에도 3,877억 원이 사용됐다. 항목별 사용 비중은 ▲4대 보험료 30.86%(3,389억 원), ▲차량 연료비 29.25%(3,213억 원), ▲공과금 27.56%(3,027억 원), ▲통신비 12.33%(1,354억 원) 순이다.

문제는 통신비 항목이다. 이 안에 휴대전화 소액결제 서비스가 포함되면서, 게임·웹툰·콘텐츠 플랫폼 등 전혀 무관한 곳에 예산이 사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김 의원은 “소상공인의 고정비 경감이라는 정책 목적과 전혀 맞지 않는 곳에 공공예산이 쓰이는 것은 사업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사업이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절차 간소화와 항목 확대 덕분이었지만, 그런 유연함이 오히려 통제 불가능한 구멍이 되고 있다”며, 비목적 사용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정 사용이 적발될 경우 환수 조치나 과징금 같은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원은 빠르게 집행됐지만, 관리와 검증은 뒷전이라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 빠른 집행에만 방점을 찍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감시·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은 등한시한다면, 그 어떤 정책도 신뢰받을 수 없다. 단순한 행정 편의주의가 아닌, 세금의 목적성과 타당성을 지켜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의미 있는 정책을 허술한 설계로 망치는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김정호 의원의 경고는, 단순히 하나의 예산사업이 아니라 공공정책 전반의 신뢰에 대한 질문으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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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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