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윙배너

기술이 곧 권력이다… 기술안보는 이제 생존전략

‘제15회 산업기술보호의 날’에서 본 한국의 기술패권 대응 방향

산업기술이 더 이상 기업의 경쟁력만을 좌우하는 시대는 끝났다.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을 둘러싼 쟁탈전이 경제 질서 전체를 다시 짜고 있다. 기술은 무기가 됐고, 기술을 지키는 일은 안보가 됐다.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산업기술보호의 날 및 2025 산업보안 컨퍼런스’는 이 시대 변화의 경계를 가장 날카롭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정보원이 공동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보안 행사로, ‘기술패권 시대의 경제안보 전략: 보호, 협력 그리고 생존’을 주제로 500여 명의 산업보안 전문가들이 모였다. 단지 표창과 발표가 오간 자리가 아니었다. 기술패권이 만들어낸 신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을지를 진지하게 묻는, 국가 차원의 ‘기술 생존 전략 콘퍼런스’였다.

1부 기념식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에 기여한 유공자 6명에게 산업부·국정원 표창이 수여됐다. 이어 연단에 오른 마틴 길 미국산업보안협회 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지키는 보안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보호 시스템이 제품 품질만큼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어진 2부 기술세션에서는 △미국의 기술유출 대응 현황 △AI 기반 핵심기술 식별 및 유출 탐지 시스템 △첨단기술 법제 현황 △산업기술보호법 개선 방향 등이 발표됐다. 모든 발표가 공통으로 지적한 점은 하나다. 기술 탈취와 침해는 더 이상 물리적 유출에 국한되지 않으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보안’과 ‘식별’ 능력 자체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국정원 이동수 1차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은 안보이자 경제 그 자체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기술보호 협력을 공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 민·관이 함께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는 공동의 위기의식이 공유된 셈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150건을 넘었고, 이 중 상당수가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등 국가핵심기술에 집중됐다. 유출 피해 금액은 조 단위에 달하며, 경쟁국이 이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사례도 적지 않다. 기술 탈취는 단순한 산업 손실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협이다.

기술이 곧 권력이다… 기술안보는 이제 생존전략 - 산업종합저널 정책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기술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의무다. 정부는 기술보호 체계를 고도화하고, 민간과 협력하여 현장에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법과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보호 문화를 정착시키고, 법과 AI, 제도가 결합된 새로운 보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기조가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기술 주권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본다.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느냐만큼, 얼마나 철저히 지켜낼 수 있느냐가 산업 리더십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특히 AI, 양자기술, 우주항공, 수소 등 범용성과 파괴력이 큰 분야일수록 보안 체계는 산업 전략의 전제 조건이 된다.

‘기술은 공유해야 성장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 공유는 안전한 보호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산업기술보호의 날은 기술과 경제, 안보가 완전히 교차하는 시대를 선언하는 장이자, 한국이 기술패권 전쟁의 소극적 방어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보호자이자 설계자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현장이었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0 / 1000


많이 본 뉴스

연구실서 배송망까지 밸류체인 하나로 묶었다… 'ICPI WEEK 2025'

대한민국 제조 생태계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거대한 융복합 지식 플랫폼이 막을 올렸다.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화려하게 개막한 ICPI WEEK 2025 행사는 제약과 바이오, 화장품 개발 출발선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물류 배송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주기를 관통하는 최첨단 솔루션을 한자리에 쏟아

공정위, 안전 비용 전가한 포스코이앤씨 등 4개사 검찰 고발 가닥

2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사무처가 하도급 업체에 산업안전 비용과 책임을 떠넘긴 포스코이앤씨, 케이알산업,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엔씨건설 등 4개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브리핑을 통해 원사업자가 안전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하도급 업

ASM, ‘세미콘 코리아 2026’ 참가… 미래 반도체 인재 잡는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이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 ASM은 1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미콘 코리아 2026’에 참가해 채용 설명회와 현직 엔지니어 멘토링 등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부스 2층 통

[산업View] AI 농업로봇·자율주행 농기계 총집결… '2025 익산농업기계박람회' 4일 개막

AI(인공지능) 기반 농업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 등 미래 농업 기술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2025 익산농업기계박람회'가 4일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7일까지 나흘간(7일은 오후 3시까지) 열리는 박람회는 농업인과 생산업체가 교류하며 미래 농업의 비

쿠팡물류센터, 폭염 대책 두고 8월 대규모 파업 예고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다음달 1일과 15일 대규모 파업을 예정한 가운데, 여름철 물류센터 내 폭염에 대한 실질적 대책 부재와 현장 작업환경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폭염 보호 대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현장 체감 변화가 없다”며 강경 대응을 선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