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두 가지 굵직한 이정표가 3일과 5일 연이어 공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운전자 없이 시속 80km로 질주하는 자율주행 버스를 도로 위에 올렸고, 현대인의 막연한 공포였던 ‘휴대폰 전자파 발암설’을 2년에 걸친 치밀한 동물실험으로 불식시켰다. 속도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ETRI의 성과를 심층 분석했다.
대전에서 세종까지, 지하철 끊긴 곳 ‘로봇 버스’가 잇는다 5일 ETRI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여객운송 서비스’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시범 주행이 아니다. 실제 시민들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 노선에 최첨단 기술을 이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운행 구간은 대전 카이스트를 기점으로 신세계백화점, 대덕고, 하나아파트, 반석역을 거쳐 세종터미널까지 이어진다. 대전의 지하철 종착역인 반석역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핵심 구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속도’다. 기존 자율주행 셔틀이 저속 주행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해당 버스는 도심에서 시속 50km, 세종으로 향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용 도로에서는 최대 시속 80km로 달린다. 일반 버스와 동일한 속도로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차선 유지, 차간 거리 조절, 끼어들기 차량 대응 등 고난도 주행을 매끄럽게 소화한다.
지역 기업 ‘원팀’으로 뭉쳤다… ‘제3의 눈’ V2X 탑재 성공적인 주행의 배경에는 ETRI와 대전 지역 기업들의 ‘원팀(One-Team)’ 협력이 있었다. ETRI가 자율주행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무브투가 차량 개조와 운영을, ㈜쿠바와 ㈜테슬라시스템 등이 인프라와 관제 시스템을 맡았다.
안전을 위해 차량 센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이 대거 투입됐다. ㈜쿠바의 고정밀 3D 관제시스템과 5G-NR-V2X(차량·사물 통신)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버스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무단횡단 보행자나 도로 위 낙하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본다. 차량의 센서가 ‘눈’이라면, 인프라 통신은 ‘천리안’인 셈이다.
ETRI는 3월 말까지 무상으로 시범 운행을 진행한 뒤, 4월부터는 한정운수면허를 발급받아 2028년 12월 31일까지 유상 운송 서비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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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매일 50배 강한 전자파 노출”… 종양 없었다 한편, ETRI는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독성과학(Toxicological Sciences)’을 통해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휴대폰 전자파와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킬 과학적 근거다.
그동안 일부 해외 연구, 특히 2018년 미국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은 실험용 쥐에서 뇌와 심장 종양이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아 전 세계적인 ‘전자파 포비아(공포)’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ETRI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일본 연구진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국가 간 통합 동물실험을 감행했다.
연구 설계는 가혹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태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에 해당하는 2년(104주) 동안 매일 4W/kg 강도의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이는 국제 인체 보호 기준(0.08W/kg)보다 무려 50배나 높은 수치다.
미국 연구 허점 짚어내… “과도한 불안 가질 필요 없어” 결과는 명확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진행된 실험 모두에서 뇌종양, 심장 종양, 부신 종양 등 주요 질환의 발생률이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쥐의 생존율이나 체중 변화에서도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안영환 아주대 의대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나 성인 모두를 포함하는 인체 보호 기준 내에서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 NTP 연구 결과가 재현되지 않음으로써, 당시 실험 조건이나 환경에 특수한 변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TRI 최형도 박사는 “해당 연구는 막연했던 전자파에 대한 불안을 과학적 데이터로 해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5G와 4G가 혼재된 복합 전파 환경에서도 안전성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