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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 수혈받는 기업들… ‘법인카드·슈퍼카’ 꼼수는 못 피한다

10만 곳 법인세 납기 3개월 연장

‘3조 원’ 수혈받는 기업들… ‘법인카드·슈퍼카’ 꼼수는 못 피한다 - 산업종합저널 정책
심욱기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브리핑 영상)

고금리와 내수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들에게 ‘3조 원’ 규모의 산소호흡기가 부착된다. 자금줄이 마른 건설·제조업 현장에 세금 납부 기한을 늦춰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세청이 내민 손길에는 서슬 퍼런 경고장이 숨어 있다. 유동성은 지원하되, 법인 자금을 사금고처럼 유용하거나 무늬만 창업인 얌체 탈세에는 관용 없는 칼을 들이대겠다는 메시지다.

국세청은 2025년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신고 기간을 맞아 경영 애로를 겪는 10만 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납부 기한 직권 연장 등 세정 지원을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심욱기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출 중소기업과 건설·제조업 등 불황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당장 국고로 들어와야 할 세금을 기업이 3개월 더 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조치다.

지원 대상은 매출이 감소한 수출 중소·중견기업 1만 3천 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철강·건설업 영위 기업 6만 5천 개, 고용·산업위기 대응 지역 소재 기업 2만 6천 개 등 총 10만 곳이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한을 당초 3월 31일에서 6월 30일로 3개월 직권 연장한다. 자금 사정이 급박한 기업이 별도로 신청할 경우 최대 내년 말까지 납기를 늦춰주기로 했다.

또한 환급 세액이 발생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법정 지급 기한보다 빠른 4월 10일까지 환급금을 지급해 기업의 자금 회전을 도울 방침이다. 이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최근 김해, 포항, 여수 등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 기업들의 자금난 호소를 청취한 뒤 내린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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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동성 지원이 모든 기업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국세청은 신고 도움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절세 팁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하여 사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신고 도움 자료가 사실상 국세청이 보내는 경고장인 셈이다.

과세 당국이 주시하는 타겟은 명확하다. 법인 자금을 사금고처럼 유용하는 사주 일가의 도덕적 해이다. 실제로 영상 콘텐츠 개발 업체 대표 A씨는 법인 신용카드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골프장을 이용한 뒤 이를 직원 복리후생비로 위장해 신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변잡화 구입, 가정용품 구매 등 사적 사용 개연성이 높은 지출을 정밀 검증하고 있다.

고가 차량을 이용한 탈세도 주요 검증 대상이다. 프랜차이즈 업체 B사는 수억 원대 수입 슈퍼카와 캠핑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한 뒤, 이를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관련 비용 전액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가 법인세 추징과 함께 대표자 상여 처분을 받았다. 운행 일지를 허위로 작성해도 주유 내역과 하이패스 기록 등을 대조하면 꼼수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지능적 탈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창업하면 세액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악용해, 실제 사업은 서울에서 하면서 주소만 지방 공유오피스에 등록해 둔 이른바 무늬만 창업 기업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택배 발송 내역과 직원 거주지 분석 등을 통해 실제 사업장을 추적하고 부당 감면 세액을 환수하고 있다.

한편 올해부터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세법 개정 사항도 적용된다. 기업이 법인카드로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업무추진비(접대비)에 대해서는 손금 산입 한도액의 적용 범위가 기존 10%에서 20%로 상향된다. 반면 부동산 임대업을 주업으로 하는 소규모 법인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의 세율이 9%에서 19%로 대폭 인상되어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심욱기 국장은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며 신고 후 도움 자료 반영 여부를 정밀 분석해 사적 유용 등 불성실 신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민 3조 원의 구원 손길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탈세의 유혹에 빠져 더 큰 금융 제재를 받을 것인지는 오롯이 경영자의 선택에 달렸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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