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쟁, 공장, 병원에서 실제로 몸을 가진 행위자로 등장하는 흐름이 202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이 흐름은 세 갈래에서 동시에 가속 중이다. 무기체계와 전쟁, 산업·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의료·제조를 포함한 ‘산업형 AI’ 시장이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지능이 물리 세계에 깃든 상태를 뜻한다. 딜로이트는 이를 '기계가 현실 세계를 지각·이해·추론·행동하도록 하는 AI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로봇·자율주행차·고정 카메라·센서 네트워크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로봇공학 연구자들도 피지컬 AI를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으로 설명하며, 실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적응하는 능력에 방점을 찍는다.
이 개념은 이미 전쟁터에서 실험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충돌에서 타격 목표 선정에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AI가 탑재된 드론, 표적 추천 시스템(Lavender, Habsora 등)이 실전에 투입됐다. 아직 ‘완전 자율 살상무기’ 사용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유엔총회는 2025년 자율무기 확산이 “무기 경쟁·분쟁 격화 위험을 키운다”며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기획] 전쟁에서도 공장에서도… 현실이 된 ‘피지컬 AI’ - 산업종합저널 전자](http://pimg3.daara.co.kr/kidd/photo/2026/04/09/thumbs/thumb_520390_1775693753_10.jpg)
기사 구성 및 AI 이미지 기획 = 산업종합저널
글로벌 AI 전체 시장은 2024~2032년 연평균 40%가 넘는 성장률로 2032년 2조9천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조업에 한정한 ‘산업용 AI’도 2023년 34억 달러에서 2032년 1,033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상 인식·공정 최적화·예지정비 같은 소프트웨어형 AI가 현재 주류지만, 그 위에 로봇과 센서가 얹힌 피지컬 AI가 빠르게 비중을 키우는 구도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전체 그림 속에서 아직 초기지만 성장 곡선만 놓고 보면 가장 가파른 축이다. 골드만삭스는 humanoid 시장이 2035년 매출 380억 달러, 출하 140만 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제시하고, 일부 리서치는 2035년 3조달러 가까운 잠재 시장과 연 49%대 성장률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기계연은 BofA·골드만 자료를 종합해 “2025년 1~2만 대 수준에서 2030~2035년 연 100만~200만 대 J자 성장 구간에 진입한다”고 분석한다.
휴머노이드, 가격·기술 임계점 통과… 미·중·유럽의 전략
한국기계연은 122호 정책지에서 2026년을 ‘휴머노이드 상업적 임계점’으로 규정했다. 연구실 데모를 벗어나 공장·물류·서비스 현장에 제한적이지만 실제 투입되어 수익을 내는 전환점이라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있다.
먼저, 가격 붕괴다. 보고서는 현재 휴머노이드 제조원가를 약 3만5천 달러로 추산하면서, 대량생산과 설계 최적화가 진행되면 5년 내 1만3천~1만7천 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누적 생산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단위 비용이 15~20% 내려간다’는 라이트 법칙을 적용한 결과다. 중국 유니트리가 2024년 약 9만 달러였던 H1에 이어 2025년 5,900달러 R1을 내놓아 세계를 놀라게 한 사례는 이런 추세를 상징한다.
다음으로는 지능 구조의 진화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시각·언어·행동을 통합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엔드투엔드 신경망이 로봇의 범용성과 자율학습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테슬라, Figure AI 등은 공장·물류 현장에서 이런 모델을 실증하며 “작업 지시를 자연어로 받고 자체적으로 동작 시퀀스를 생성하는” 구조를 실험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시뮬레이션 경쟁이다. 실세계에서 휴머노이드가 수천 시간 작업하는 데이터를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시뮬레이터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기체로 옮겨오는 ‘Sim‑to‑Real’ 기술이 병목을 푸는 열쇠로 주목된다. 누구의 로봇이 더 많은, 더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선점하느냐가 ‘데이터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미·중·유럽의 전략은 명확히 갈린다. 미국은 테슬라·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파운데이션 모델·칩을 장악한 상태에서, 테슬라 옵티머스·Figure 01 같은 기체를 통해 ‘AI+칩+로봇’ 수직 계열을 만들려 한다. 중국은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을 재활용해 140개 이상 휴머노이드 기업이 값싸고 단순한 모델로 양산 경쟁에 들어갔고, 유니트리 등 상위 업체들이 미국 대비 1/4 수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유럽·일본은 기존 산업용 로봇 강점을 살려 제조·물류 특화 휴머노이드를 앞세우는 전략이다.
한국, 제조 인프라는 1등급… AI·부품·데이터는 약한 고리
한국기계연과 아주경제 등 국내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배터리·통신 인프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AI 파운데이션 모델·휴머노이드 전용 부품·데이터 인프라에서는 뚜렷한 약점을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2028년 연 3만 대 생산 규모 로봇 공장을 추진 중이고,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로 양산 역량을 확보하려 한다. 그러나 액추에이터·감속기·고정밀 센서 같은 핵심부품 다수를 일본·독일·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계연은 ‘투트랙 전략’을 제안한다.
하나는 제조 강점을 활용해 액추에이터·제어계 등 핵심부품과 로봇 플랫폼을 국산화하는 기술 자립화 트랙, 다른 하나는 OpenAI·구글 등 글로벌 AI 기업과 제휴해 파운데이션 모델 격차를 빠르게 줄이는 국제 협력 트랙이다.
동시에 규제 혁신과 마중물 정책도 필요하다. 미국식 규제 샌드박스와 중국식 선구매·보조금 방식을 절충해, 공공기관·제조 대기업이 국산 휴머노이드를 일정 비율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로봇 특화 보험·책임 규칙을 정비해 비정형 데이터 수집을 촉진하는 방안을 보고서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골든타임 5년’… 피지컬 AI 세계관에서 본 한국의 선택지
KIMM 정책지에서 김희태 선임연구원은 “데모 쇼케이스는 끝났고, 앞으로는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돈을 벌어다 주느냐가 관건”이라며 “2030년까지가 기술·시장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구조화되는 한국에서는 이 기간 안에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피지컬 AI를 노동 대체가 아니라 생산성 증폭 인프라로 깔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쟁·안보 영역에서 AI가 폭격 목표 선정·자율 드론 운영에 깊숙이 들어가는 현실은 규제와 윤리 논의가 산업 전략만큼이나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2025년 유엔총회 결의처럼, 자율무기 규범을 둘러싼 국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과 기술 수준으로 테이블에 앉느냐 역시 피지컬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국력’이 될 수 있다.
정리하면, 2026년의 휴머노이드·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전쟁-산업-복지-노동시장을 동시에 재구성할 수 있는 메가트렌드다. 한국이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조합으로 기술 자립·국제 협력·규제 설계를 해 나가느냐에 따라, “AI가 몸을 얻은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을지 뒤따를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