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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그래픽] 중동발 '나프타 쇼크'에 흔들리는 의료망…정부, 주사기 사재기 전면 차단

원료 공급망 붕괴가 부른 필수 의료소모품 대란, 14일부터 매점매석 엄단

동네 의원의 진료실 선반에서 주사기와 수액세트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재고는 길어야 한 달, 짧게는 1주일 치에 불과하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Naphtha) 공급망 불안이 국내 필수 의료 현장의 마비로 직결되는 모양새다. 사태가 악화하자 정부는 보건의료 품목에 나프타를 최우선 공급하는 동시에, 주사기 사재기를 형사 처벌하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를 만드는 기초 원료다. 주사기, 수액 포장재, 투약병을 비롯한 다수의 필수 의료소모품이 나프타 기반 플라스틱에 의존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수급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곧바로 의료계의 수급 비상으로 전이됐다.
[뉴스그래픽] 중동발 '나프타 쇼크'에 흔들리는 의료망…정부, 주사기 사재기 전면 차단 - 산업종합저널 부품
자료=산업종합저널 (기획 및 AI 제작)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일회용 주사기와 약포지 공급이 차질을 빋으면서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에서 주문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약국 역시 투약병과 포장재 주문량이 강제로 축소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의료혀장 혼란을 막기 위한 원료 통제에 돌입했다. 재정경제부와 당정은 중동 사태 대응 회의를 열고 수액 팩과 주사기를 우선 수급 대상으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주사침과 수액제 포장재 생산에 필요한 나프타를 최우선으로 배정하는 체계를 가동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의료제품 공급에 원료를 먼저 배정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시사했다. 소모품 생산 업체들은 원료가 배정되는 대로 생산 라인을 정상화할 계획이지만,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료 부족이 촉발한 시장의 불안 심리는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유통망 교란을 차단하기 위해 14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일반 주사기부터 인슐린 주사기, 멸균 주사침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모든 사업자가 통제 대상이다.

판단 기준은 엄격하다. 2024년 12월 31일 이전부터 영업한 기존 사업자는 2025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거나, 월별 판매량이 평균의 110%를 넘기면 매점매석으로 간주한다. 올해 신규 사업자는 제조나 매입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물량을 유통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 특정 구매처에 물량을 몰아주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합동 단속반을 현장에 투입해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핀다. 제조업체는 생산과 출고량을, 판매업체는 재고량을 매일 보고해야 한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명령을 어기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며, 매점매석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 처벌이 뒤따른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수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원료 하나에 국가 필수 의료망이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단기적인 단속을 넘어 의료소모품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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