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작기계 업계가 해외 수주 강세를 바탕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공작기계 총수주액은 1조1,9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수주는 7,981억 원으로 23.3% 늘어 전체 수주 증가를 이끌었다.
4월 한 달만 보면 전체 수주액은 3,16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해외수주는 2,028억 원으로 25.7% 늘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월별 수주 실적을 집계해 통계를 작성하며, 해외 수주 물량은 생산·선적 과정을 거쳐 수개월 시차를 두고 관세청 수출 통계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수주 증가는 향후 수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초정밀 가공 수요 키워
협회는 해외 수주 증가의 배경으로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첨단 산업 설비투자 확대를 꼽는다.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생산능력 증설이 이어지면서, 관련 장비·부품 생산에 필요한 고정밀 공작기계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데이터센터 냉각장치와 반도체 검사장비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를 가공하기 위한 고정밀 공작기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요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 더해 AI 인프라와 반도체 중심 설비투자가 겹치면서, 고정밀 공작기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인도·중국 제조업 정책도 수요 확대 배경
주요국의 제조업 정책 역시 이번 해외 수주 증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협회는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 중국의 반도체·전기차·산업용 로봇 등 첨단 제조업 중심 설비 고도화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각국이 자국 내 생산기반 강화와 첨단 제조 역량 확보에 나서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공작기계 설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에서는 자동차·일반기계 중심의 전통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 수주 증가의 중심이 해외인 만큼 글로벌 제조업 투자 흐름이 국내 공작기계 업황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내수보다 수출이 회복 견인”… 하반기에도 수출 중심 전망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내수보다 수출이 산업 회복을 견인하는 구조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가 여전히 신중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 수요가 국내 공작기계 업계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AI 인프라 구축과 반도체·자동차·항공우주 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한국 공작기계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이러한 수출 중심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DN솔루션즈 “수요처, 자동차에서 AI·반도체·방산까지 넓어져”
주요 업체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공작기계 수요가 최근 AI·반도체·데이터센터·자동화 설비와 항공·우주·방위산업 분야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해외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와 업계의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하면, 공작기계 수요처가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AI·반도체·데이터센터·방산 등 첨단 산업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마더머신’으로서 공작기계 역할 재확인
공작기계는 흔히 ‘기계를 만드는 기계’, 마더머신(Mother Machine)으로 불린다. 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은 물론, AI와 반도체 산업 역시 공작기계를 통해 핵심 부품과 장비를 가공함으로써 물리적 실체를 갖춘다. 협회는 이번 수주 통계가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첨단 산업 투자 확대가 공작기계 수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또 공작기계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하고 지능화된 제조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정밀 가공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공정 효율과 품질 향상을 지원하는 인프라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주요 수출 주도 기업, 글로벌 수요 대응 주시
협회는 국내 공작기계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DN솔루션즈, 위아공작기계, 화천기공, 스맥, 대성하이텍, 에이치케이 등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AI·반도체·데이터센터·항공우주·방산 등 전략 산업의 설비투자가 이어질 경우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의 수출 확대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