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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연체율보다 먼저 울리는 신호

금리 인상 전부터 26.4%가 채무 부담 호소…소상공인 4곳 중 1곳은 연체 경험 또는 위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빚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연체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매출이 줄고 원가가 오르고 이자가 불어난 뒤에야 장부 위 숫자가 흔들린다. 그 전까지 기업은 투자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아끼며 상환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현금을 끌어모은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듯 보여도 안에서는 버티기가 시작된 셈이다.

[데스크칼럼] 연체율보다 먼저 울리는 신호 - 산업종합저널 FA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 사를 조사한 결과 현재 채무가 부담된다는 응답은 26.4%였다. 부담이 없다는 응답 20.4%보다 6.0%포인트 높았다. 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 응답은 28.1%로 중기업보다 7.0%포인트 높았다. 규모가 작을수록 금융비용을 견딜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났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실제 연체보다 연체 위기다. 최근 1년 안에 연체를 경험한 기업은 1.8%였다. 그러나 연체는 하지 않았지만 위기를 겪었다는 응답은 20.0%에 달했다. 장부에는 아직 부실로 찍히지 않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소기업·소상공인의 상황은 더 무겁다. 연체 경험 또는 연체 위기를 겪은 비중은 24.2%로 중기업 14.6%보다 9.6%포인트 높았다. 채무 부담이 현재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을 1년 미만 유지할 수 있다고 답한 소기업·소상공인도 27.4%였다. 중기업의 같은 응답은 7.7%였다. 금리와 경기 여건이 더 나빠질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사업 지속 여력이 빠르게 약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채무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금리 하나가 아니었다.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악화가 67.4%로 가장 높았고 높은 대출금리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뒤를 이었다. 벌이는 줄고 비용은 오르는 상황에서 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이번 조사를 금융 문제로만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채무 부담의 뿌리는 실물 경기와 수익성에도 닿아 있다.
[데스크칼럼] 연체율보다 먼저 울리는 신호 - 산업종합저널 FA
개념 시각화 = 산업종합저널 (AI 활용)

기업들이 택한 대응도 가볍지 않다. 채무 부담을 느낀 기업의 58.3%는 투자와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답했다. 당장의 현금흐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이 길어지면 기업의 성장 여력과 고용 여건도 약해질 수 있다.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이 22.0%였다는 점도 무겁다.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를 낮출 뚜렷한 수단을 찾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현장의 정책 요구는 분명하다. 정책금융 확대가 58.8%로 가장 높았고 만기 연장·상환 유예와 고금리 이자 지원 재시행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금난이 연체와 부실로 넘어가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에 가깝다.

이번 조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전에 이뤄졌다. 이후 금융비용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커졌는지는 추가 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다만 금리 인상 전부터 네 곳 중 한 곳 이상이 채무 부담을 호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고음은 충분하다.

기업의 위기는 연체 통계에 찍힌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 축소와 인건비 절감, 상환 위기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숫자가 터진 뒤 부실을 처리하는 것보다 그 전에 현금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붙드는 편이 상처를 줄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과장하는 일이 아니다. 부실로 넘어가기 전의 시간을 지켜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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