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대가로 공공입찰에서 배제된 5개 해양 조사·용역 업체가 “경영상 타격이 크다”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확정된 뇌물죄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는 정당하다”며 기업들의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오정택 재정경제심판과장(e-Briefing 영상 캡쳐 이미지)
“경영상 어려워도 예외 없다”…입찰 제한 유지 재결
6일 오전 10시, 세종 정부청사 국민권익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오정택 행정심판국 재정경제심판과장이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행정심판 재결 사례를 설명했다. 오 과장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A 공공기관이 내린 5개 기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위법·부당하지 않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5개 업체는 해양 관련 조사·정보 용역을 수행해온 민간 기업이다. 이들은 A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됐고, 형사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판결을 근거로 A 기관은 각 회사에 3~6개월간 공공입찰 참가 자격 제한(부정당업자 제재)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하며, 금품 제공은 사업 청탁과 무관한 사교·의례 목적이었다는 점, 회사 차원의 지시가 아닌 개인 일탈이라는 점, 여러 해에 걸친 뇌물 제공액을 합산해 제재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졌다는 점을 주장했다. 제재가 유지될 경우 신규 수주가 막혀 경영상 어려움이 심각해진다는 호소도 더했다.
심판부 판단은 냉정했다. 오 과장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행정사건에서 매우 유력한 증거가 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와 상반되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확정 판결로 인정됐고, 수뢰 공무원에게 징역형 등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중앙행심위는 5개 기업이 국가계약법령상 ‘뇌물을 준 자’에 해당한다는 점, 위반행위가 단순 과실이 아니라 범죄에 기초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2는 뇌물 액수에 따라 입찰 제한 기간을 차등 정하고 있으며, A 기관의 처분은 이 기준에 부합한다”며 제재 기간도 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공정한 조달 질서 vs. 기업 생존…저울은 어디로 기울었나
쟁점은 사실상 하나였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기업이라도, 경영상 피해가 크다면 제재를 덜어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당사자들은 입찰 배제 기간 동안 새 발주에 참여하지 못하면, 매출 공백이 생겨 직원 유지·설비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다만 행정심판위원회는 공정한 입찰·계약 질서를 더 무겁게 봤다. 오 과장은 “각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앞세워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공공계약 질서를 무너뜨리는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일정 기간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발주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조치다. 기간 자체는 3~6개월에 불과하지만, 공공조달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실질적인 타격은 그보다 훨씬 길게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부가 “형사 유죄 + 법령 기준 충족”을 이유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경영상 사정이 어렵더라도 뇌물공여에 대한 예외는 두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부패 사건, 엄정 심리 계속할 것”
브리핑 말미에 오 과장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공무원 뇌물수수 등 부패와 관련된 행정심판 사건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하게 심리하겠다”며 “공정한 입찰과 계약 질서를 지키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결은 부정당업자 제재를 둘러싼 향후 분쟁에서도 하나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기업의 경영상 곤란이 있더라도,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이상, 행정심판 단계에서 제재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