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변화를 반영해 우리나라 수출 통계 지도가 6년 만에 다시 그려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으로 짜여 있던 주력 수출 품목 체계에 화장품과 농수산식품이 새로 편입되며, 소비재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수출입 분석의 기준이 되는 무역통계 품목분류(MTI) 코드 체계를 개편해 주력 수출 품목을 15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고 7일 밝혔다. 수출 다변화 흐름을 반영해 전기기기와 비철금속, 그리고 소비재인 농수산식품·화장품·생활용품을 새 주력 품목으로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K-뷰티·K-푸드·K-콘텐츠와 연계된 소비재가 주력 수출 통계 체계 안에서 비중 있는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력 품목 20개로 확대… K-컬처 연계 소비재 비중 확대
산업통상부는 2020년 이후 6년 만에 이뤄진 개편으로 수출 구조를 설명하는 통계의 정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합류한 5개 품목은 수출 규모, 향후 성장성, 정책 방향과의 부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20대 주력 품목이 차지하는 지난해 수출 비중은 86.3%로, 기존 15대 체제(77.2%)보다 전체 수출 흐름을 더 촘촘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품목별 세부 분류도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해 손질했다. 반도체는 기존에 집적회로라는 동일 코드 아래 섞여 있던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구분해 통계를 제공하기로 했다. 메모리반도체는 다시 D램과 낸드로 세분화해 가격·수요 변화에 대한 분석이 한층 세밀해질 전망이다. 자동차는 차종을 상위 분류로, 파워트레인을 하위 분류로 재정렬하고, 신차와 중고차를 구분해 수출 흐름을 보다 명확히 볼 수 있도록 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최근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별도 코드를 신설했다. 양극재·전해액·분리막 등 여러 분류에 흩어져 있던 배터리 소재도 하나의 코드로 통합해 공급망 분석과 정책 설계를 지원한다. 바이오헬스 분야에는 별도의 MTI 코드를 만들고, 세부 항목을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나눠 분야별 수출 현황을 따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섬유는 천연소재와 가방·신발·벨트 등 일부 품목이 타 분류에 섞여 있던 점을 바로잡아 섬유소재·제품 중심으로 재정렬했다.
산업통상부는 개편이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를 최소화하도록 2022년 이후 과거 자료에도 소급 적용해 일관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개정된 MTI 기준은 6월 1일 발표되는 수출입 동향 보도자료부터 공식 적용된다.
1분기 수출 2,199억 달러… 반도체가 선도, 소비재가 뒷받침
개정된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8% 늘어난 2,199억 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수입은 10.9% 증가한 1,694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무역수지는 504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전년 1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437억 달러나 개선됐다.
품목별로는 2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다수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강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39% 늘어난 7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D램 수출은 249.1% 늘어난 357.9억 달러에 달했고, 낸드 플래시도 377.5% 증가한 5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스템반도체 수출 역시 13.5% 증가한 121.1억 달러로 집계됐다.
K-뷰티와 K-푸드 관련 품목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화장품 수출은 31.3억 달러로 21.5% 늘었고, 농수산식품 수출은 면류 등 품목 호조에 힘입어 7.4% 증가한 3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생활용품 수출은 K-콘텐츠 인기에 따른 문구·완구 수요 확대 등으로 21억 달러, 3.9% 증가했다. 산업통상부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는 가운데,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소비재 수출의 증가세가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되면서 1분기 에너지 수입은 7.2% 줄어든 286.6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은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15.4% 늘어난 1,408억 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수출 5위… 상위 7개국 중 최고 증가율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수출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를 기준으로 올해 1~2월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수출액은 1,332억 달러로, 일본(6위)과 이탈리아(7위)를 앞섰다. 상위 7개 국가 가운데 수출 증가율은 한국이 31.3%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경기가 AI 서버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은 30%가 넘는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자동차·일반기계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인 일본과 농수산식품·바이오헬스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도 10% 안팎의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증가 폭에서는 한국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고, 반도체 외 품목도 두 자릿수 증가세로 뒷받침하면서 1분기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2월까지의 글로벌 수출 순위도 5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무역금융 확대와 수출보험 지원, 물류·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통해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