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1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품목 수입업체 10곳에 대해 전격 관세조사에 착수했다. 대전청사 브리핑에서 하유정 심사국장은 중동 정세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공급망 불안을 악용해 수입가격을 왜곡하거나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월 시작된 1차 특별조사에 이은 후속 대응이라며 조사 대상과 핵심 의혹을 공개했다. 대상은 밥상 물가에 민감한 수산식품, 정부의 수급관리 품목인 의료용품, 그리고 수입가격과 유통가격 편차가 큰 생활용품 등이다. 관세청은 수입 규모 상위 112개 업체의 신고 내역과 시장가격 흐름, 동종업계 신고 수준을 종합 분석해 최종 10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우선 수산식품 수입에서 관세율별로 다른 신고가격을 의도적으로 적용해 관세를 회피했는지 들여다본다. 특히 국내 소비자 가격이 오름세일 때도 수입 신고가는 지속적으로 낮춰 신고하는 패턴이 확인되는지 여부를 집중 추적해 탈세 정황을 가려낼 방침이다.
의료용품 등 수급관리 품목은 ‘쌓아두기’ 여부를 점검한다. 보세구역이나 자가 창고에 장기간 보관해 시중 공급을 지연시키는 매점매석 의혹, 통관 시 요구되는 허가·승인 절차를 회피하거나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 등 통관·유통 전 과정을 들여다본다. 브리핑에서는 주사기류 등 매점매석 금지 품목이 예시로 언급됐다.
생활용품 분야 조사에서는 관세감면 혜택이 실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됐는지, 수입가격과 시판가격 사이에 불합리한 격차가 존재해 폭리로 연결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온라인 최저가격표를 근거로 도·소매 거래처에 특정 재판매가격 준수를 요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업체의 경우, 수입 물품의 가격 적정성까지 엄격히 조사하겠다고 관세청은 예고했다.
하유정 심사국장은 브리핑에서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틈타 부당이익을 취하고 소비자물가를 왜곡하는 행위는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준다”며 “탈루가 확인되면 추징하고, 고의적 조작은 즉시 범칙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불공정 거래 정황을 범정부 민생물가 TF에 제공해 후속 단속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자들의 현장 질의에 하유정 국장은 조사 대상의 구체적 업체명과 분야별 세부 숫자는 조사 진행 중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수산물 분야에서는 고등어·오징어 등이 예시로 거론됐고, 의료용품 분야에서는 주사기류가 언급됐다. 품목 선정은 민생물가 TF의 단계별 검토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의 이같은 전격 조사는 관세 행정을 물가 안정과 소비자 보호의 직접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다. 단순히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니라, 수입·유통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유통시장의 공정성 회복을 목표로 한 강력한 행정행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조사 대상 업체가 즉시 공개되지 않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향후 적발 결과와 처분에 따라 시장 충격이나 연쇄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관세청의 조사는 시작일 뿐이다. 관건은 조사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의 신속한 공개, 그리고 적발 시 엄정한 후속 조치다. 특히 관세감면 혜택의 소비자 전가 여부나 유통과정의 비정상적 구조가 적발될 경우, 관계부처(공정위·식약처 등)와의 공조를 통한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수입·유통 관행 전반을 재점검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중동발 공급망 불안은 단순한 국제 이슈를 넘어 국내 민생의 체감 물가로 연결되고 있다. 관세청의 이번 조사가 물가 안정과 공정 유통질서 확립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당국의 정책 신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