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 리모델링 공사로 불거진 전시업계의 공백 우려가 민관 협력 체계 구축으로 해소 국면을 맞고 있다. 영화관과 호텔 연회장을 회의·행사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더해, 대체 전시장 배정과 비용 부담 완화책까지 마련되면서 전시회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산업통상부는 11일 서울 강남구 SETEC 컨벤션센터에서 ‘코엑스 리모델링에 따른 전시산업 상생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한국무역협회, 코엑스,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서울경제진흥원(SETEC), 킨텍스, 인천관광공사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코엑스는 서울시 강남복합환승센터 건설과 연계해 2027년 7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다. 전체 4개 전시홀 가운데 A·C홀 운영이 약 1년 6개월간 멈추는 반면 B·D홀은 정상 운영된다. 주요 전시홀 두 곳의 동시 폐쇄는 기존 전시회의 일정 변경과 대체 장소 확보 문제로 이어지며 업계의 우려를 키워왔다.
전시회는 단순한 행사 공간을 넘어 제품 전시와 부스 설치, 대형 장비 반입, 바이어 상담, 현장 계약이 이뤄지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회의 공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시장 면적 축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참가기업과 해외 바이어의 접근성, 주변 숙박·교통 인프라, 기존 참관객의 방문 동선도 개최지 이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다.

좌측부터 산업통상부 김열규 무역진흥과장, 서울경제진흥원 최광식 본부장,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장혁조 상근부회장, 한국전시주최자협회 강주용 회장, 산업통상부 강감찬 무역투자실장, 코엑스 조상현 대표이사, 한국무역협회 고범서 건설추진단 부단장, 킨텍스 이정훈 부사장, 인천관광공사 소연수 송도컨벤시아사업단장
코엑스가 앞서 내놓은 ‘영화관 카드’는 회의·발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대형 상영관 9개를 콘퍼런스와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해 총 1892석을 확보하고, 리모델링 기간 줄어드는 회의시설 수용 능력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대형 스크린과 음향·영상 설비를 갖춘 상영관은 국제회의와 강연, 기업 발표 행사에 적합하지만 부스와 장비 설치가 필요한 전시회를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와 정부는 이에 따라 전시 기능 자체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와 전시업계, 한국무역협회, 코엑스 등이 참여한 전시산업 상생 태스크포스(TF)는 대체 장소 확보를 희망한 2027년 전시회 28건을 SETEC, 코엑스 마곡, aT센터, 킨텍스, 송도컨벤시아에 분산 배정했다.
대형 전시회는 넓은 전시 면적을 갖춘 킨텍스 등으로, 소비자 대상 전시회는 서울 도심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SETEC와 aT센터 등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전시회별 특성과 참가기업의 수요, 전시장 수용 능력을 고려해 장소를 나눔으로써 행사 취소나 장기 연기를 막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협약 기관들은 주최사와 참가기업의 운영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도 추진한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인근 영화관과 호텔 연회장 등 대체 전시·회의시설 확보에 협력하고, 전시 준비·철거를 위한 면제 시간을 기존 10시간에서 15시간으로 확대한다.
SETEC, 킨텍스, 인천관광공사는 코엑스에서 배정받지 못한 전시회의 대관과 조기 정착을 돕는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는 대체 전시장 배정 지원과 함께 국내 전시회 개최지원사업을 통해 홍보비와 운송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는 회원사를 상대로 지원 내용을 안내하고, 공사 기간 발생하는 현장 애로사항을 수렴해 관계기관에 전달하기로 했다.
공사 완료 이후 전시회의 코엑스 복귀도 중요한 과제다. 코엑스는 공사 기간 다른 전시장으로 옮긴 전시회에 대관상 불이익을 적용하지 않고, 리뉴얼 전시홀 배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분산 개최로 인한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서 나아가, 기존 전시회의 안정적인 재정착까지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착수될 코엑스 리모델링 공사로 발생할 수 있는 전시회 개최 차질 위기를 업계와 함께 극복하는 시작점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전시회를 육성해 국내 전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