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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그래픽] 반도체가 끌어올린 겉은 ‘호황’, 그늘엔 물가·부채·양극화

NABO “K자형 회복… 반도체 의존·재정 변동성 관리 필요”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우리 경제가 서비스업 회복과 수출 호조 덕에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발 물가 압력과 가계·기업 부채, 반도체 의존 심화 같은 위험 요인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안에서도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업종 간 격차가 벌어지며 이른바 ‘K자형’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뉴스그래픽] 반도체가 끌어올린 겉은 ‘호황’, 그늘엔 물가·부채·양극화 - 산업종합저널 전자
산업종합저널 그래픽 = AI 활용

NABO가 최근 발간한 ‘경제동향 & 이슈’ 제141호에 따르면, 3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었다. 제조업 생산이 0.3% 증가하며 2개월 연속 플러스 구간을 유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1.4% 늘어 내수 회복에 힘을 보탰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0.5포인트, 0.7포인트 상승해 경기 개선 신호가 이어졌다.

소비와 투자는 대체로 회복세다. 3월 소매판매액은 내구재 판매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1.8% 늘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1.5% 증가해 1·2월에 이어 확장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건설기성액은 건축·토목 공사 모두 부진해 7.3% 줄면서 부동산·건설 경기는 여전히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재정 측면에서는 지출 확대 기조가 뚜렷하다. 2월 중앙정부 총지출은 누적 기준 전년 동기보다 12조9천억원(11.7%) 늘었다. 경상지출이 14조5천억원 증가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등 자본지출은 1조6천억원 감소해 단기 경기 대응과 복지성 지출이 비중을 키우는 양상이다.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4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48.0% 급증했고, 수입도 16.7% 늘었다. 무역수지는 세 달 연속 대규모 흑자를 유지하며 4월에만 237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평균 1,476.1원으로 3월보다 하락했고, 환율 변동성도 다소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같은 달 말 기준 4,279억달러로 한 달 새 42억2천만달러 증가해 대외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다.

문제는 물가와 금융 부문의 압력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월 2.0%, 3월 2.2%에서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중동 지역 분쟁 여파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월 3.41%로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고, 회사채(3년 AA-)와의 금리 차는 66bp까지 벌어져 위험 프리미엄도 확대됐다.

자산시장과 부채 흐름도 엇갈린다. 4월 코스피지수는 반도체 대형주 강세에 힘입어 6,598.9까지 치솟았다. 반면 2월 가계대출은 1,331조6천억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졌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912조6천억원까지 늘어 주택 관련 레버리지 부담이 커졌다. 3월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5% 상승에 그쳤지만, 주택매매거래량은 7만1,975건으로 한 달 새 24.6% 늘어 거래가 빠르게 살아나는 양상이다. 기업대출 잔액도 2월 기준 1,921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조1천억원 증가했고, 3월 주식·회사채, CP·단기사채 발행이 모두 늘어 기업들의 차입·직접금융 조달이 동시에 확대됐다.

이번 호 이슈 분석에서 NABO는 제조업 내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 간 경기 격차를 집중 조명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제조업 생산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반도체와 나머지 업종 간 온도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23년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한 업종이 제조업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NABO는 현재 제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상승 국면에 있으나, 이 외형적 호조가 “반도체 단일 업종의 사이클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외 제조업은 고환율, 금리 부담, 수요 부진 등으로 정체된 모습”이라며 “향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경우 제조업 전체 경기에 대한 하방 압력이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증시 지표는 좋지만, 그 이면에서 반도체와 나머지 제조업 간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 시사점으로는 산업 포트폴리오와 재정 운용의 재정비가 거론됐다. NABO는 “반도체 이외 제조업에서 고용과 서비스업과 연계해 경제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산업을 발굴·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로봇,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등 반도체 제조 외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호황이 세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반도체 업종 호조로 2025년 법인세 수입은 84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2조1천억원(35.3%) 늘었고, 2026년에도 법인세수가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NABO는 “반도체 경기에 따라 재정수입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안정적 재정 운용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올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세입을 중·장기 재정 건전성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필요성을 지적했다. 수출·서비스업 호조에도 물가와 부채, 산업·재정 구조의 불균형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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