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소득 증가 속도가 치솟는 물가와 소비 지출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계 살림의 '여유 자금'인 흑자액이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다만 소득 상위 20% 가구만 유일하게 흑자액을 늘리며 양극화가 심화됐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이브리핑 영상 캡처 이미지)
28일 국가데이터처가 재정경제부에서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 1,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2.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310만 5,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5.3% 급증했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소득 격차 다시 벌어져... 고소득층만 흑자 증가
소득 계층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 8,000원으로 4.2% 증가한 반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117만 원으로 2.7%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5분위 소득 증가의 원인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중심의 임금 상승률 강세를 꼽았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분배 지표 악화로 직결됐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를 기록하며 전년동분기대비 0.27배p 상승했다. 소득 1~4분위 가구는 모두 흑자액이 감소했으나, 5분위 가구만 소득 증가 폭이 지출을 크게 상회하며 흑자 규모를 키웠다.
다만 국가데이터처는 분기별 5분위 배율은 편차가 있을 수 있어, 소득 분배의 정확한 판단은 연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보건 지출 급증... 교육비는 학령인구 감소로 하락
지출 항목별로는 교통·운송(12.1%)과 보건(10.4%), 오락·문화(12.0%) 부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교통 지출은 자동차 구입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이며 12.1% 급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가계가 경제 전망을 낙관하며 재량적 지출을 늘린 결과로 분석했다. 보건 지출은 영양제 등 의약품 구입과 외래 의료서비스 이용 확대로 인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교육 지출은 2.9%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학원·보습교육 지출은 1.4% 늘었으나,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교와 대학원 등 정규교육 지출이 10.9% 급감한 영향이다. 주류·담배 지출 역시 2.8%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자 부담 여전... 가계 기초 체력 약화 우려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113만 7,000원으로 1.2%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이자비용이 6.6% 늘어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34만 4,000원으로 2.7% 늘었지만,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 가계 흑자액은 123만 9,000원으로 3.1% 감소했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지출이 2023년 1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한 점을 들어 가계가 경제 상황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득 하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155.3%에 달해 번 돈보다 쓴 돈이 훨씬 많은 '적자 살림'이 심화되고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가계 취약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계 수지의 질적 악화가 내수 경기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